이번 '세제 개편안 파동'으로 확실히 드러난 게 있다. 우리 국민은 복지 확대는 좋지만 내 주머니에서 세금은 내기 싫다는 것이다. 물론 '사실상의 증세'가 근로소득자에게 집중된 문제는 있지만 어쨌든 세금을 더 내기 싫다는 심리는 확인됐다. 그렇다면 이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다. 국민에게 '증세 없는 복지'는 선거용 거짓말이었다고 실토하고 '복지 확대=증세'를 설득하는 것과 '보편적 복지'라는 환상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과연 국민이 복지 확대를 위해 증세를 받아들일까. 세제 개편안에 대한 반발에 비춰 쉽지 않을 것이다. 경제 여건도 너무 좋지 않다. 경기 침체로 상반기 중에만 조세수입이 10조 원 넘게 줄었다. 정부가 연봉 5천500만 원 이하 근로소득자는 세금을 더 내지 않도록 한 수정안을 내놓으면서도 이에 따른 세수 감소(연간 4천400억 원) 대책은 빈칸으로 남겨 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증세는 국민의 고통을 배가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복지 철학의 근본적 전환이다. 박근혜정부의 복지 확대는 소득에 상관없이 전 국민이 혜택을 받는 보편적 복지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 원조인 유럽에서 한계를 드러낸 지 오래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재원 마련이 막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구 빚을 내 국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렇게 빚으로 쌓은 복지의 탑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그리스 사태의 본질이다.
결국 방법은 보편적 복지를 복지가 꼭 필요한 사회적 약자나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에게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맞춤형 복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를 우리에게 권고한 바 있다. '유모 국가'가 되려는 과욕을 버려야 나라도 살고 국민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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