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일본 수출액 57억$ 3년새 2배 가까이 늘어
15일 광복 68주년을 맞지만,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가깝고도 먼 나라다. 최근에는 위안부 강제동원 부인과 독도 영유권 분쟁으로 양국의 골은 더 깊어지는 형국이다.
일본은 6'25전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를 딛고서 기술대국으로, 또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한국 경제와 기술은 해방 후 수십 년간 일본에 종속됐지만 2000년대 들어 일부 품목에서 일본을 추월하며 수많은 'made in Korea' 제품이 일본 시장을 뚫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기업 역시 일본 진출을 넓히고 있다. 대구경북 기업의 대일본 수출은 2009년 이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 29억2천806만7천달러이던 일본 수출액은 2010년 38억7천213만5천달러, 2011년 56억3천28만2천달러, 2012년 57억1천144만4천달러로 계속 오름세다.
이 같은 괄목할만한 성장은 일본시장에 맞춰 치밀한 전략을 세운 뒤 시간을 갖고 진출을 준비했던 결과다.
◆맞춤형 현지화 전략
지역 기업에 일본 시장 진출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 자부심이 높은 일본에 제품을 수출하려면 무엇보다 '기술'과 '품질완성'이 돼야 하기 때문.
한 부품업체 대표는 "기계 부품의 경우 특히 일본이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일본과의 합작과 협력을 통해서 기술을 이전받아 성장한 뒤 일본에 다시 진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촬영용에서부터 방송 및 무대용 조명을 생산하는 '오로라라이트뱅크'는 2011년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세우며 콧대 높은 일본 시장을 두드렸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 바이어들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처음에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법인 설립 전부터 현지 딜러를 통해서 수차례 우리 제품을 조금씩 알린 덕분에 법인 설립까지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로라라이트뱅크는 뛰어난 광질과 고출력의 LED 조명을 현지 방송사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고영국 대표는 "도시바와 파나소닉 등 일본 현지 기업의 조명제품보다 우리의 제품이 가격도 저렴하면서 품질이 좋아 입소문을 타고 있다"며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 조명을 사용한 TV아사히가 나중에 고맙다고 인사를 전해왔다"고 말했다.
회사는 간사이지방에서 판매를 시작해 최근에는 도쿄에까지 시장을 넓힌 것은 물론 NHK 등 일본 방송용 조명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일부 지역 기업은 일본 기술자와 경영자를 데려와 일본 스타일에 맞춘 '현지화' 방식을 시도했다. 유압부품 생산업체인 세광하이테크는 2009년 신제품 개발을 위해 일본인 기술자를 고문으로 데려왔다. 일본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이 기술자는 회사의 제품 개발에 대한 기술지원은 물론 현지에서 근무했던 네트워크를 활용해 회사의 영업에도 도움을 줬다.
제조용 기계를 일본에 80% 가까이 수출하는 ㈜대성하이텍 역시 일본 기술자를 데려와 시장에 진출했다.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전반적인 기술 자문과 영업에 일본 전문가가 참여한 것.
회사 관계자는 "영업에서도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하는데 일본 전문가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전시회를 노려라
달성군에 있는 한국SKF씰㈜은 올 5월 오토트랜스미션 부품을 직접 도요타자동차에 공급하는 100억원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수주, 2014년부터 도요타 하이랜더 차종에 양산공급한다. 국내 파워트레인(오토트랜스미션 부문) 부품업체가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납품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이미 회사는 일본 마츠다(Mazda)에 부품을 납품했지만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문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 이때 회사의 전략은 '전시회'였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도요타 본사 전시회에 참가했다"며 "전시회를 통해서 도요타가 원하는 부품이 어떠한 것인지, 그들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려고 노력했고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고 말했다.
경북 칠곡에서 선식제품을 생산하는 ㈜웰츄럴은 일본 홈쇼핑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다소 생소한 아이템이지만 선식으로 일본 시장에 연착륙하겠다는 것.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 전시회에 4차례 참석해 시장조사를 벌였다"며 "조사 결과 선식만으로 일본시장에 자리 잡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잡곡류를 씨리얼 형태로 만들어 선식과 섞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또 회사는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의 도움을 받아 도쿄와 오사카 한국우수상품전 등에 참가해 현지 바이어를 찾는 등 다양한 전시회로 자신들을 알렸다.
이 같은 지역 기업의 일본 진출 전략에 대해 한국무역협회 이동복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지역 기업들이 일본보다 앞선 기술력으로 우수한 제품을 개발했거나 전혀 새로운 아이템으로 일본 시장을 두드렸기 때문에 진출이 가능했다"며 "물론 현지화와 전시회를 통한 시장 조사 등의 맞춤 전략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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