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도시농업은 첨단산업이 될 수 있다

입력 2013-08-14 07:25:06

베르사유궁전에는 농가가 있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농사를 짓던 곳이다. 세상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화려한 궁정 생활에서 벗어나길 원했던 왕비는 1782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왕비농가(Ham eau de la Reine)에서 프랑스혁명까지 7년간 머물렀다.

합스부르크왕가의 공주에서 정략결혼을 통해 루이 16세의 왕비가 된 그녀는 프랑스의 귀족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고 낭비와 사생활에 대한 과장된 소문에 시달려야 했다.

상심한 왕비는 궁전 옆에 농가를 마련하고 때때로 농사를 지으며 여기서 생산된 우유와 계란을 먹었다고 한다. 당시 자연주의자 루소가 역설했던 것처럼 시골 농가의 소박한 삶에서 왕비는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2009년 3월 오바마 대통령 내외가 백악관의 잔디밭을 텃밭으로 가꾸어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eat the view'(풍경을 먹자) 캠페인에 따라 백악관에 텃밭을 가꿈으로써 도시농업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시농업이 주목받고 있다. 도시농업이란 공업화로 인해 농지가 사라진 도시의 텃밭이나 건물 옥상에서 이루어지는 원예와 작물 재배를 뜻한다. 이것은 농작물의 생산이라는 차원을 넘어 주거 환경 개선과 공동체 회복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첨단산업으로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농업은 새로운 4H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다. 농업 구조와 농촌 생활 개선을 목적으로 시작된 농촌 4H운동(Head, Heart, Hand, Health)은 이제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게다가 작물의 재배뿐만 아니라 대기 정화, 빗물의 순환, 온난화 방지 등으로 영역마저 넓혀가고 있다. 오늘날 도시농업이 우리에게 주는 새로운 4H 효과는 ▷정서적 불안을 치유하는 힐링(healing) ▷규칙적 운동(health) ▷나누는 즐거움(happiness) ▷이웃과의 화합(harmony) 등을 들 수 있다.

'제2회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가 오는 9월 5일부터 8일까지 대구에서 열린다. 이번 박람회는 전국 규모 도시농업 박람회로 '도시농업! 도시민의 삶을 풍요롭게'를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도시농업이 주말농장이나 텃밭 가꾸기가 아니라 새로운 4H운동임을 알게 하고, 구체적 실천 방법을 배우는 기회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농업박람회가 대구에서 열리는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성공적인 박람회 개최와 더불어 대구가 도시농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되면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로컬 푸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도시농업은 자칫 농촌과 경쟁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농산물의 소중함을 새롭게 인식하고 서로 상생하는 관계를 만드는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패스트푸드와 수입 농산물의 폐해를 인식하게 되면 로컬 푸드의 소비가 늘어나 농촌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도시농업을 통해 자연친화적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파트 옥상 텃밭, 경관작물 재배, 수경 재배, 힐링 텃밭 등은 도시환경에 큰 변화를 줄 것임에 틀림없다. 자연친화적 농업시설은 갈수록 삭막해지는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해법을 제공할 것이다.

셋째, 도시농업 연관산업의 동반성장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농기구, 농부 패션, 상자텃밭, LED 조명, 수직 정원 등 인프라뿐만 아니라 유기농 재배, 중장기적으로 IT 등과 결합된 제품의 규격화, 유통, 수출 등으로 연관산업의 동반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도시농업은 이제 주말농장이나 농촌에 대한 향수, 믿을 만한 식품 공급에 머물지 않고 치열한 경쟁에서 삭막해진 도시민을 '힐링'할 수 있는 종합처방전으로 등장하고 있다. 도시농업을 첨단산업이라 하기에는 이르지만 IT와 결합 등을 통해 첨단산업화의 가능성을 연구하고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왕비농가는 1995년부터 재개발되어 현재 베르사유궁전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고, 농가 체험을 위한 학습장으로 매년 수만 명이 찾아오고 있다. 역사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하지만 왕비는 이미 도시농업의 4H 효과를 알고 힐링하며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영우<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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