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예술] 공간울림 이상경 대표

입력 2013-08-13 07:27:57

클래식하며 제일 많이 듣는 말 "(놀라면서) 아직 안 망했어요?"

"거창한 목표를 뒀다면 지금까지 올 수 없었겠죠. 그냥 제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1994년 하우스 콘서트를 시작으로 2009년 '서머 페스티벌 인 대구'(Summer Festival in Daegu)를 시작해 5회째 이어오고 있는 전문예술단체 공간울림의 이상경(53) 대표. 늘 음악이 흐르는 풍요로운 대구를 꿈꾸며 그가 기획한 '마을 축제' 개념의 서머 페스티벌은 맨 처음 '내가 사랑하는 모차르트'로 시작해, 2010년에는 '유쾌한 바흐', 2011년엔 '러시아로 가는 음악여행', 2012년에는 '대구, 도나우가 흐르다', 그리고 올해는 '독일음악, 수작(秀作)걸다'라는 주제로 유럽의 전역을 넘나들고 있다. 국경을 초월해 문화로 소통할 수 있는 도심형 문화축제로, 음악이 만들어내는 '울림'이 인간을 평화롭고 향기롭게 하는 '살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한 흥겨운 음악 놀이판이다.

이 대표는 스스로를 '음악인'이 아니라 '문화운동가'라고 말한다. "음악의 길을 택한 건 개인적인 종교적 신념이 있었기 때문인데, 처음부터 정명훈 정경화 같은 유명 음악가가 될 꿈은 꾸지 않았어요. 대신 대학생 시절 녹향과 하이마트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꿈꿨던 것이 바로 지금과 같은 함께 음악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일이었죠. 그렇게 따지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딱 제 꿈꿨던 삶이에요."

이런 이 대표가 그의 인생에 있어 가장 의미 있는 한 곡으로 손꼽는 것이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다. 피아노 전공을 택했지만 마음을 잡지 못하고 헤매던 어느 날, 강렬한 도입부로 시작되는 이 곡을 들으면서 "그래, 나도 한 번 제대로 연습에 매진해보자"고 마음을 바꿔먹게 했던 것. 그리고 그날 생긴 마음의 변화가 지금도 활발히 무대에서 활동하는 오르가니스트 이상경을 있게 했다.

늘 수익을 내기에는 너무나 힘겨운 클래식 음악판에서 꿋꿋하게 다양한 기획들을 선보이며 고군분투하는 이 대표는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아직 안 망했어요?"라면서 웃는다. 그래도 그의 뜻을 알아주는 친구들이 있어 그리 외롭지는 않다. 적은 개런티에도 불구하고 선뜻 달려와 주는 유명 음악인들을 비롯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든든한 이웃들이 있기에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던 세월이었다. 페스티벌을 관람하려고 대구를 찾는 외지 관광객들을 위해 올해는 대구은행이 팔공산에 있는 연수원을 내주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무더위의 대명사격인 대구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휴가기간 자녀와 함께 대구를 찾으면 클래식 음악과 함께하는 진정한 휴식을 맛볼 수 있다는 '문화의 도시 대구'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문의 053)765-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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