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경제학은 인간이 획득 가능한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합리적인 예측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상정한다. 이른바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다.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한 행동경제학은 이를 폐기해 버렸다. 인간의 경제행위에는 합리적 요인뿐만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는 비합리적인 요인도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공정성이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가 '최후통첩 게임'이란 실험이다. 100달러를 A에게 주고 이를 B와 나누라고 한다. A가 얼마를 주든 B가 받아들이면 둘 다 돈을 갖게 되지만 거절하면 둘 다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 B는 얼마면 받아들일까.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면 단돈 1달러라도 OK이다. 1달러라도 받는 것이 0달러보다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 참가자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A가 처음 주어진 금액의 40% 이하를 제안했을 경우 대부분의 B는 거절했다. 이는 문화권의 차이에 관계없이 동일했다. 그 이유는?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내가 빈손이 되더라도 상대방의 이기적인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공정한가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공정성에 대한 욕구가 경제 현실에서 가장 잘 나타나는 분야 중 하나가 세금이다. 누군가는 세금을 덜 내는데 나만 더 낸다면 분통이 터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세정(稅政)은 공정하고 신중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내년도 세법 개정안은 빵점이다. 복지 재원을 월급쟁이 주머니를 털어 충당하려는 '선택적 증세'라는 점에서 공정하지 못하고, 수혜 효과(entitlement effect)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중하지 못하다. 수혜 효과란 설사 잘못 주어진 것이라도 이를 회수하면 마치 원래 갖고 있었던 것을 빼앗기는 것처럼 느끼는 심리를 말한다. 의료비·교육비 소득공제의 일방적 폐지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에 대한 월급쟁이들의 반발은 이를 잘 보여준다.
세제 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격렬해지자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17세기 프랑스 중상주의자 장 밥티스트 콜베르의 말을 인용, "거위의 깃털을 살짝 뽑으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깃털 뽑기가 '유리지갑'의 월급쟁이 거위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월급쟁이 거위들이 지금 '꽥꽥' 비명을 질러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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