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니 홀 아동·평등·사회통합부 국장
노르웨이에서는 "남자들도 아이를 낳는다"는 표현을 쓴다. 생물학적으로 아빠지만 엄마와 함께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의미다.
지난해 노르웨이 남성의 95%가 '파파 쿼터제(papa quota)' 12주를 사용했고 이 중 23%가 4, 5개월을 추가로 썼다. 1993년 이 제도가 도입된 뒤 1981년에는 합계출산율이 1.5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2010년 1.95명으로 뛰어올랐다.
지난 6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아동'평등'사회통합부의 아르니 홀 가족평등국장(사진)을 만나 남성 육아 휴직의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효과에 대해 물었다.
홀 국장은 "노르웨이 남성의 육아 참여는 성평등(gender equality) 역사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운을 뗐다. 1959년부터 절반 이상의 여자들이 바깥 일을 했고, 이때부터 육아와 가사가 '여자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사회에 깔려 있었다는 것.
그리고 1960년에는 '새 노르웨이' 건설을 위해 육아 수당과 장애인 지원금 등 사회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바뀌면서 성평등 정책도 다시 정비됐다.
"이때부터 남녀가 사회에서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됐습니다. 이후 남자를 가정으로 불러올 수 있는 제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고 사회적 논의를 거친 뒤 1993년 파파 쿼터제가 처음 도입됐어요."
노르웨이의 '파파 쿼터제'는 올해 7월부터 내용이 조금 바뀌었다. 남자가 무조건 휴가를 써야 하는 기간이 기존 12주에서 14주로 늘어났다. 높은 휴직 급여는 높은 세금을 낸 혜택이다.
이 수당은 '폴케트리그든(Floketrygden)'이라고 불리는 국가보험에서 나온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월급의 7.8%를 국가보험에 내는 데 이 자금으로 국가가 질병과 육아 휴직 수당, 실업 수당 등을 지급한다. 고용보험으로 휴직 수당을 지급하는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그는 "59주를 모두 쓰면 월급의 70%를, 49주를 쓸 경우 100%를 준다. 쿼터제를 시행하자 아빠들이 가정으로 돌아왔고 여자들도 일터에서 더 오래 머물며 경력을 쌓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출산율 상승은 물론 여성의 경제 참여율도 높아졌다. 현재 노르웨이는 16~66세 여성들의 79%가 일하고 있는데 이는 EU 평균치(59%)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홀 국장은 일을 하며 5명을 자녀를 키웠고, 손자도 4명이나 있다. 한국을 수차례 방문한 그는 한국 남성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남편과 육아를 함께한 덕분에 아이 5명을 낳고도 계속 일할 수 있었다"며 "남성들의 육아 휴직을 법으로 강제하는 한편 잦은 야근과 반강제적 모임으로 남자들의 조기 귀가를 막는 한국의 직장 문화도 점차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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