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판화 세계는?

입력 2013-08-06 08:03:47

곽인식·이강소·이우환 등 한국현대미술의 4대 거장 범어도서관 판화 전시회

이우환 작
이우환 작
곽인식 작
곽인식 작
이강소 작
이강소 작
백남준 작
백남준 작

대구 범어도서관 갤러리 아르스에스 개관 기념 전시로 곽인식'이강소'이우환'백남준 등 한국현대미술 4대 거장의 판화전시회가 9월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판화 예술의 특징은 그림을 찍는다는 데 있다. 즉 하나의 표면에서 또 다른 표면(종이)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화나 조각을 작가의 행위에 따르는 직접성의 예술이라고 한다면, 판화는 판을 통한 간접성의 예술이라고 부른다. 이번 갤러리 아르스에스 개관전에 참여하는 곽인식'이강소'이우환'백남준은 바로 이러한 간접예술인 판화를 회화 이상의 뛰어난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작가들이다.

일제강점기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을 거쳐 재일작가로 활동해온 곽인식(1919~1988)은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으로 일본 현대미술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일본에 유학했던 동시대의 화가들이 대부분 귀국했지만 그는 타계할 때까지 일본에서 활동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일본화단에는 주체적 예술형성을 위한 실험미술이 활발하게 전개되었으며 곽인식 역시 이러한 실험미술에 빠져들었고, 앵포르멜 미술의 영향을 받아 캔버스를 찢거나 유리 조각 등을 캔버스에 붙이는 등 여러 작업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의 예술세계를 지배하던 의식은 재질에 대한 집착이었으며 이러한 의식은 일상생활과 깊게 연결돼 있었다.

그는 한국인으로서 일본에 살면서 많은 차별대우를 받았다. 그런 경험 때문에 그는 '눈에 보이는 것'과 '내면의 것'의 차이에 대해 고민했다. 다양한 오브제를 선택하여 많은 변화를 거친 끝에 말년에는 물질 표면의 문제를 집약하고 심화시켰다. 그 결과 그의 작업세계는 오브제의 물성을 뛰어넘어 투명한 색채와 빛의 세계로 변모해 갔다.

이강소(1943~)는 행위예술은 물론 영상작업, 사진, 판화를 두루 섭렵했다.

그는 삶 자체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여 관람객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다. 그래서 그는 복잡한 세계의 틀에 박힌 관념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삶의 본질을 표현하려고 노력해왔다. 그의 회화에 자주 등장하는 오리, 배(船), 사슴 등은 형상을 인위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배제한 채 손의 감각과 자연스러운 호흡을 따라 그린 것이다.

이우환(1936~)은 일본과 한국의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예술가로 1970년을 전후하여 일본 현대미술계의 주류를 이루었던 모노파의 창시자이며 동양사상으로 미니멀리즘의 한계를 극복하여 국제적으로 명성을 알린 작가다.

그의 회화세계는 이른바 정신세계의 표현으로 일회성과 관계성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캔버스는 한마디로 평면이 아닌 일종의 세계이자 우주 공간이며 무한에 이르는 장이며 인간과 정신세계가 교섭하는 통로이자 문이다"고 말한다. 그 통로를 통해 일회적인 행위들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며, 그 반복을 통해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백남준(1932~2006)은 생전에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는 작업에 집착했으며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백남준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그가 음악에 대한 섬세한 감각과 신체와 기술 사이의 경계뿐만 아니라 음악과 행위 사이의 경계를 없애고자 부단하게 노력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백남준의 영향으로 지금의 미디어 아트에서는 관람자의 수동적 참여라는 틀이 깨지고, 작품 변형과 완성을 목표로 하는 인터랙티브 아트가 나타나고 있다. 또 미술 장르이지만 시각에만 국한하지 않고 청각, 촉각 등 다변적인 미적 경험을 목표로 하는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디어라는 새로운 매체를 미술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했던 백남준의 노력은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인식하는 방법에 지속적인 의문을 갖게 해 주었고, 그의 작품은 지금까지도 다른 미디어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053)668-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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