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재의 은퇴일기] 두 장의 사진

입력 2013-08-03 07:58:09

최근 신문을 보다 눈을 떼지 못하는 사진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15억㎞ 떨어진 우주에서 보내온 지구의 모습이었고, 다른 한 장은 영국의 '로열 베이비'가 태어났다며 입을 있는 대로 크게 벌리며 이를 알리는 포교관의 사진이었습니다.

사진 속의 지구는 보일 듯 말 듯 아주 작은 별이었습니다. 토성을 탐사중인 무인 우주선 카시니(Cassini)가 보내 온 것이라고 합니다. 토성 지구 달이 나란히 찍히는 건 아주 드물다고 하네요.

사진설명에 눈길이 꽂혔습니다. 지구를 떠난 우주선 카시니는 1997년 10월에 발사돼 6년 8개월 만에 토성궤도에 진입했다는 바로 그 부분입니다. 가슴이 서늘했지요. 도대체 이 우주는 얼마만큼의 크기이기에 우주선이 7년을 달려야 토성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일까에 생각이 미쳤기 때문입니다. 아득했습니다.

그 뒷면에는 최대한 큰 목소리로 로열 베이비의 탄생을 알리고 있는 포교관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혹은 방송으로 실시간 로열 베이비의 탄생을 알 수 있는 세상임에도 전통에 따라 육성으로 이를 알리는 사람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살며시 웃음이 났지요.

이날 다른 내용의 기사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두 장의 사진을 보며 '사람'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티끌보다 더 미미한 존재인 인간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성과 현장성을 중요시 하는 인간의 지혜를 동시에 본 것이지요.

은퇴를 취재하다보니 나이든 이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들 대부분은 언제 떠날지 모르는 게 인생이라며 이 나이에 이런 저런 것을 새롭게 시작하고 준비하는 것이 오히려 어리석은 일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저 주어지는 대로 살뿐이라고 했지요.

'90된 할아버지의 후회'라는 글을 혹시 기억하십니까. 은퇴하고 이렇게 긴 시간을 살 줄 알았다면 30년의 세월을 허망하게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뒤늦은 하루의 무게감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우주에서 보내온 사진이 말하듯 우리는 티끌 같은 존재입니다. 그리고 아주 잠깐 머물다 사라집니다. 오늘을 천년 같은 무게와 호흡으로 살아가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미한 존재로 그냥 그렇게 세월을 보내야 할지, 아니면 그 속에서도 하루의 의미를 찾아 깨알 같은 즐거움을 누려야할지는 여러분의 선택이겠지요.

넋두리가 길어졌습니다.

김순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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