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통사고 신고 의무화, 부작용이 더 크다

입력 2013-08-02 11:07:11

가벼운 교통사고도 경찰에 반드시 신고해야 보험 처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정부 계획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많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교통사고 피해 정도가 경미하더라도 경찰의 사고 증명서를 첨부해야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만연한 보험 사기를 방지하겠다는 취지인데 사고 처리 지연 등 운전자 불편과 부작용이 만만찮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접촉 사고나 인적 피해가 크지 않은 교통사고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합의하면 경찰에 별도 신고하지 않고 진단서만으로도 보험금 청구가 가능했다. 현재 국내 전체 교통사고의 약 75% 정도가 신고 없이 당사자 간 합의로 처리되고 있다. 2011년 기준 경찰, 보험사 및 공제조합이 처리한 전체 교통사고 약 89만 건 중 신고로 처리한 비율은 24.7%에 그쳤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도 교통사고 시 운전자는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1990년 헌재 결정과 '신고 의무는 개인적 조치를 넘어 경찰관의 조직적 조치가 필요할 때만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 이후 사문화된 상태다. 반면 정부와 보험 업계는 느슨한 이런 규정 때문에 교통사고를 빌미로 한 보험 사기가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각종 규제를 푸는 마당에 교통사고 처리마저 신고를 의무화하는 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나 업계의 주장대로 신고를 의무화한다고 사고가 감소하는 것도 아니고 보험 사기 문제는 경찰과 보험 업계, 보험감독원 등 관련 기관이 방지책을 다각도로 강구해 시행해도 충분하다. 보험 사기는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이지만 법 개정으로 공연히 운전자만 골탕 먹는 일이 없도록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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