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바위 부처님은 메가톤급 세계문화유산이다. 왜 우리는 그 유산을 지구촌이 함께 공유하도록 할 수 없을까? 이 더운 날 한 어르신이 오체투지로 갓바위 부처님을 찾게 되는 비밀은 무엇일까? 누가 그렇게 강요하겠는가? 강요한다고 올라가겠는가? 갓바위 부처님은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끄는 영성이 있다. 이 갓바위 부처님의 중력은 종교 이전에 우리의 문화이며 민중들의 영성이다. 영성은 자발성이며 스스로 찾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난 아주 가까이 바로 면전에서 부처님을 모신 적이 있다. 나에게는 아주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선본사의 향적 스님이 자신의 출판기념식에 나를 초대한 적이 있다. 그런데 출판기념을 갓바위 부처님 앞에서 하는 것이 아닌가! 갓바위 부처님에게 자신의 저서를 봉정한다는 것이 멋진 아이디어였다. 그 책은 다름 아닌 향적 스님의 가톨릭 수도원 체험기인 프랑스 수도원의 고행에 대한 책이다.
난 바로 그때 갓바위 부처님을 아주 가까이서 뵙게 되었다. 보통은 밑에서 절을 하지만 봉정식 덕분에 마치 부처님에게 안긴 것처럼 아주 면밀하게 볼 수 있었다. 수 천 년 세월의 흐름 속에서 민중들의 마음을 일일이 들어주신 탓인지 부처님의 가슴에 상처들이 보였다. 돌에 박힌 부처님의 상처이다. 돌도 숨을 쉬고 있었다. 갓바위 부처님의 돌이 참으로 따뜻하였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부처님이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흐른다는 것이다.
향적 스님은 아주 다부진 스님이다. 그 보수적인 프랑스 수도원에서 불교적 수행을 접속했으니 말이다. 향적 스님과 함께 우리는 자주 만나 재미있는 일을 도모하였다. 경산시의 시정에 대해서 같이 멘토도 하고, 때론 가톨릭대학에 스님을 초청하여 강의도 하였다. 또 같이 종교화합행사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갓바위 입구 문을 완공하였을 때 난 축사를 할 정도로 자주 친교를 나누었다. 향적 스님께서 나에게 갓바위 케이블카 반대서명을 요구하였을 때도 기꺼이 동참하였고 신문에 칼럼도 쓰고 플래카드를 달았다. 그 당시 향적 스님은 선본사 주지 스님이었고 난 경산본당 주임 신부로 지냈다.
그 거사가 불과 몇 해 전에 일인데 문제는 또다시 갓바위에 케이블카를 달려고 여러 가지 작전을 꾸미며 야단법석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난 지금도 갓바위 부처님에게까지 케이블카를 다는 것은 신성모독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은 안 된다는 영역이 있어야 사람이 사는 멋이 있고 보람이 있다. 돈이면 다 된다는 것이 세상의 논리이다.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경제를 돌게 하기 위해 불가침의 영역을 억지로 손을 대려는 것은 종교적이지도 않고 국민통합도 아니고 오히려 민중에게 상처를 줄 뿐이다.
정홍규 신부·영천산자연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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