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치안은 행복한 삶의 중요한 밑거름

입력 2013-08-01 07:25:43

인간이면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희망한다. 물론 개인의 인생관과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건강한 몸, 사랑하는 가족, 경제적인 여유를 갖고 여기에 문화생활까지 누리며 살 수 있다면 대체로 행복한 삶을 위한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건에 앞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안전이다.

이처럼 치안은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현재 우리나라의 치안 인프라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우리나라의 경우 치안수요가 급증하고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욕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안에 대한 투자는 매우 미흡하여 인력'예산 등 제반 치안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경찰의 1인당 담당인구는 498명으로 독일 320명, 프랑스 347명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과다한 실정인데, 경찰관이 담당하는 인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시민 개개인의 눈높이에 맞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지난 5년간 정부예산은 연평균 4.9%씩 증가한 반면, 경찰 예산은 3.4% 증가에 그쳤으며, 전체 예산에서 경찰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도 2009년 3.3%에서 금년에는 3.1%로 오히려 감소하였다. 특히 국민 1인당 치안 예산은 13만8천원으로 영국 66만원, 미국 53만원, 일본 37만원 등 주요 선진국 평균인 35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종 통계상의 수치를 보면 경찰관에 대한 처우도 상당히 열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수'수당 면에 있어 상시적인 휴일'야간 근무와 비상근무, 위험하고 스트레스가 높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찰 고유의 직무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데, 미국이나 일본은 일반직 공무원에 비해 경찰의 기본급을 20% 이상 우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1.7%에 불과하여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직급구조도 상당히 불합리하다. 경찰은 각종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일을 하고 있어 그 어느 직종보다 현장 지휘 및 관리역량이 중요한데 중간 관리자인 경정'경감의 비율이 전체 인력의 7%에 불과한 반면, 국가 일반직의 경우 5'6급이 무려 35.7%나 차지하고 있다.

경찰관의 처우를 개선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적정한 보상이 미흡할 경우 이는 경찰관의 자긍심과 사명감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고, 치안 생산성이 저하되어 치안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치안 인프라 확충은 절대 경찰의 부처 이기주의가 아니다.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경찰이 당당하게 일하고, 바람직한 역할을 최대한 수행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여건은 갖추어져야 하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향후 5년간 매년 4천 명씩 총 2만 명의 경찰 인력을 증원하는 것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켜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경찰 인력이 계획대로 증원된다면 성폭력, 학교폭력 등 민생치안과 직결되는 부서에 경찰관들이 많이 배치되어 사회 안전 확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찰 기본급 역시 공안직 수준으로 조정하고, 야간 근무수당의 현실화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경찰관들이 좀 더 나은 여건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바로 수준 높은 치안 서비스로 연결되어 시민들에게 그 혜택이 모두 돌아갈 것이다.

치안 인프라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함께 대폭적인 투자로 시민들이 수준 높은 치안 서비스를 누리고, 이를 통해 모든 시민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생활하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길 소망해 본다.

최동해/대구지방경찰청장·치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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