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옷·기저귀 담은 '엄마 박스' 배달해요"…헬싱키 깰라 사무소 하야따야 연구원

입력 2013-07-25 07:07:18

헬싱키 깰라 사무소 하야따야 연구원
'엄마 박스'(maternity package) 안에는 핀란드의 추운 날씨를 고려한 방한복, 장난감과 양말 등 육아에 필요한 물건이 잔뜩 들어 있다. 깰라 제공
헬싱키 깰라 사무소 하야따야 연구원

핀란드에는 지역 곳곳에 '깰라'(Kela)가 있다. 깰라는 여러 가지 사회 보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의 사회보험 기관으로 이곳에서 부모 수당과 아동 수당, 실업 수당과 장애 수당 등 여러 가지 수당의 수급 자격 심사와 결정이 이뤄진다. 지난달 핀란드 헬싱키의 깰라 사무소에서 아니따 하야따야(사진) 선임 연구원을 만났다.

출산을 앞둔 핀란드 엄마들은 나라에서 큰 상자 하나를 받는다. '엄마 박스'(maternity package)라고 불리는 이 상자 속에는 방한복과 기저귀, 아이 성장 속도를 고려한 각기 다른 크기의 옷, 그림책, 장난감, 손톱가위 등 육아에 필요한 물건이 죄다 들어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는 이 상자와 140유로 중에서 선택할 수 있지만 대부분 엄마들은 돈 대신 이 상자를 택한다. 이 상자가 처음 배포된 것은 1937년으로, 핀란드의 세심한 육아 정책을 대변한다.

하야따야 연구원은 "첫 아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돌보고, 무엇을 사야 할지 모르는 엄마들을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라며 "핀란드의 많은 육아용품 업체가 엄마 박스 안에 제품을 납품하고 싶어하는데 2년에 한 번씩 박스를 평가하는 식으로 업체들을 경쟁시켜 최고 품질의 제품을 넣는다"고 설명했다.

핀란드 아빠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54일, 약 9주간 유급으로 '아빠 휴가'(paternity leave)를 쓸 수 있다. 급여는 소득 수준에 따라 총 급여의 40~70%를 받는데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비율이 올라간다. 정부가 휴직 기간을 늘릴수록 휴가를 쓰는 남성들도 점점 늘어났다.

깰라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1995년 4만267명이었던 아빠 휴가 이용자가 2011년에는 5만8천808명으로, 16년 만에 1만8천명 넘게 증가했다.

하야따야 연구원은 "핀란드에 매년 6만 명 가까운 아기가 태어난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 아빠가 이 휴가를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핀란드에도 고민이 있다. 핀란드에는 아빠 휴가 외에도 '부모 휴가'(parental leave)가 따로 있다. 부모 휴가는 한 가정에 158일, 약 6개월이 주어지는데 이는 부부가 상의해서 나눠 쓸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엄마들이 이 6개월을 모두 가져가서 쓰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엄마들이 이 휴가를 다 쓰게 되면 여자들은 '엄마 휴가' 4개월까지 합해 총 10개월을 쉬게 되는 것이죠. 일하는 엄마들의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고, 아빠들을 육아에 더 참여하게 하기 위해 만든 부모 휴가제의 목적이 제대로 살지 않고 있어요. 부모 휴가를 엄마가 독식하지 않고 아빠와 더 많이 나누는 법, 이것이 핀란드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황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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