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가득 찬 해골들, '죽음'을 부활시키다

입력 2013-07-23 07:50:58

서양화가 권정호 '삶을 비추는 죽음의 거울展'

시안미술관(영천시 화산면 가상리)이 2013 특별기획으로 '권정호 특별전-삶을 비추는 죽음의 거울 전'을 이달 6일부터 10월 27일까지 열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지역의 대표적인 서양화가 권정호의 작품세계를 대규모로 조명해볼 수 있다. 또 다소 무겁고 거부감이 드는 주제 '죽음'에 관해 작가가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그래서 결국 죽음뿐만 아니라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권정호 작가는 '깨달음이 기념비'라는 글에서 '죽음을 끝나는 것 또는 파국의 부정적인 의미로만 바라볼 것은 아니다. 죽음은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감당해야 할 숙명이며, 세계를 순차적으로 연동하게 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작가는 삶과 죽음의 연동을 '해골 표현의 반복'을 통해 보여준다. 작가가 만든 수많은 해골들은 삶과 죽음의 순환을 보여주는 행위이며, 나아가 삶과 죽음을 포괄하는 소통의 이미지이며, 삶과 죽음의 토대 위에 펼쳐지는 새로운 현실세계인 셈이다.

이번 전시에는 5천여 개의 닥종이 해골형상을 이용한 대규모 설치미술과 다양한 형태의 오브제가 등장한다. 해골과 여러 오브제의 접목은 죽음에 대한 여러 각도의 질문이며, 죽음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음을 상징한다.

말하자면 죽음은 그 자체로 '변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죽음을 바라보는 사람의 위치가 달라짐으로써 죽음의 위치, 죽음의 정의, 죽음의 정체성이 변하는 셈이다. 나와 대치하고 있는 '적군'이 간밤에 더 유리한 위치로 이동할 경우, 나는 비록 움직이지 않았더라도 더 불리한 위치로 이동한 것과 같은 이치인 셈이다.

미술평론가 이선영 씨는 '문화는 재생산으로서만 의미를 가지며, 재생산은 죽음이 존재할 때 온전한 의미를 가진다. 권정호의 작품은 죽음이라는 타자를 전면에 부각시키면서, 죽음의 문제를 기념비적으로 부활시킨다'고 평했다.

시안미술관은 이번 권정호 특별전 외에도 여름방학을 맞이해 다양한 미술교육프로그램과 캠핑장 오픈 등 여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안미술관이 위치한 영천시 화산면 가상리 마을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마을 미술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되었으며, 마을 전체가 공공미술 마을로 구성되어 문화체험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054)338-9391~8.

한편 권정호 작가는 이달 20일부터 12월 1일까지 63스카이아트 미술관(서울 여의도 63빌딩 내)에서 열리는 전시 'Fashion with Pattern'에도 참가한다.

'Fashion with Pattern'은 미술과 패션의 만남과 그 접점을 '패턴'을 통해 보여주는 전시회로 권정호 작가를 비롯해 김미로, 김두진, 김제민, 김지혜, 이호섭 등 국내 작가들과 데미안 허스트, 다카시 무라카미 등 해외 작가와 디자이너 김기호, 모모코 하시가미, 김종수, 최정우, 최지형 등이 참가한다. 권 작가는 서울 전시에서도 죽음의 다양한 의미를 담은 해골 이미지 작품을 출품한다.

##문학과 예술에서의 해골

문학과 예술에서 해골은 종종 죽음과 관련한 다양한 해석과 의미를 담은 오브제로 등장한다. 14세기 중반, 유럽 전역을 휩쓴 페스트로 사람들이 무참하게 죽어나가자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기조가 유행했으며, 질병과 죽음, 공포 등의 의미를 해골에 담아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런 경향은 독일 르네상스 화가 듀라와 홀바인을 거쳐,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나 S. 터너의 희곡에서도 죽음의 상징으로 해골이 등장했다. 해골 이미지는 이후 죽음뿐만 아니라 인간의 궁극적 운명을 상징하는 것으로 현대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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