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경남 합천군 함벽루

입력 2013-07-04 14:13:46

자전거로 달리며 경치 즐기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

여행은 생각지도 않게 가는 경우가 있다. 물론 TV에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이 다를 수도 있지만 그 풍광을 보는 순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곤 하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지도 TV에서 보고 당장 떠나야지 했던 곳이다. 미루고 미루다가 큰마음 먹고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목적지는 경남 합천군 합천읍 합천리에 위치한 함벽루(涵碧樓'경남 문화재 자료 제59호)이다.

날씨가 더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면 느낌이 다르다. 보는 눈마저 시원해지는 들녘을 달릴 때는 더위도 순간순간 잊게 한다. 모내기 끝난 농촌 들녘은 여전히 바쁘다. 시작도 끝도 없는 것이 농사일. 농부들은 여전히 논과 밭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농부들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봤다. 그러나 농촌과 달리 계곡에는 벌써 더위를 피해 온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이런저런 경치를 감상하는 동안 합천 함벽루에 도착했다. 합천읍 황강변에 위치한 함벽루는 합천 8경 중 제5경으로 고려 충숙왕 8년(1321년)에 창건됐다. 대야성 기슭에 자리 잡은 함벽루는 황강 청양호를 바라보고 있다. 경관 또한 아름다웠다. 오래전부터 경치가 수려해 수많은 시인, 묵객들과 풍류객들이 즐겨 찾는 장소로 알려지고 있다. 퇴계 이황을 비롯해 남명 조식 선생, 우암 송시열 선생 등의 글이 누각 내부 현판으로 걸려 있었다. 누각 뒤 암벽에 '함벽루'라고 쓴 글씨는 송시열 선생의 친필이라고 했다.

함벽루는 정면 3칸, 측면 2칸, 2층 누각, 팔작지붕으로 지붕의 빗물이 황강으로 떨어지는 누각이다. 특히 절벽에 쓴 함벽루란 글씨를 보는 순간 마치 수백 년 전의 시간으로 돌아가 송시열 선생을 직접 뵙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한동안 넋을 잃고 감상했다. 그곳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조용하게 자리하고 있는 연호사라는 절이 있다.

백제와 신라의 대야성 전투에서 신라 김춘추의 딸 고타소와 사위 김품석 장군, 장병 2천여 명이 전사해 그 영혼을 달래기 위한 절이었다. 643년 와우선사가 세웠다고 했다. 당시에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땅이었지만 지금은 작은 누각과 안내문만이 남아 있었다. 조용하게 흐르는 황강만이 역사와 사연을 간직하고 있으리라.

함벽루는 누각지붕의 물이 황강으로 바로 떨어지도록 건립했다. 생태공원과 산책로가 만들어지면서 지금은 강으로 바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아름다운 문화재가 훼손돼 아쉬웠다. 이런 마음은 자전거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편리함도 좋고 산책로도 좋고 생태공원도 필요하겠지만 귀중한 문화재만은 더 이상 훼손시키지 말고 잘 보존해서 잘 물려주길 바란다.

누각에 올라앉아 황강을 바라보니 시가 저절로 나왔다. 수첩을 꺼내 몇 자 적어 봤으나 완성하지 못했다. 집에서 마무리하기로 하고 수첩을 접었다.

이번 여행도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조상들의 풍류와 멋을 생각했고, 문화재의 귀중함을 느껴봤다. 그리고 마음껏 당시의 생활을 상상했다. 그래서 여행은 의미 있고 즐거운가 보다. 이번 여행 역시 역사를 생각한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대구로 가는 도중에도 신라와 백제가 치열한 전투를 벌인 대야성 전투를 상상하며 돌아왔다.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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