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스노든과 망명

입력 2013-07-03 11:12:09

미국 국가안보국(NSA) 시스템 운영자로 일하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간질' 치료를 이유로 5월 임시 휴직 허가를 받았다. 살던 하와이 집은 깨끗이 정리했다. 그리고 5월 20일 홍콩에 모습을 드러냈다.

홍콩의 호텔에 머무는 동안 폭로가 시작됐다. 폭로는 주로 영국 언론 '가디언'을 통해 이뤄졌다. 하나하나가 미국 정부로서는 아프기 그지없는 것들이었다. 6월 5일 가디언은 미국 정부가 미국민들의 개인 통화 기록과 인터넷 정보를 수집해 감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SA가 2009년부터 중국과 홍콩을 상대로 해킹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영국 정보기관이 2009년 G-20 런던 회담 시 도청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29일엔 NSA가 워싱턴의 38개국 외교 공관을 도청했다는 폭로가 터져 미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그는 정보를 가디언에 넘기면서 "내 행동의 대가로 고통을 겪게 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내가 사랑하는 세상이 비밀스러운 법과 불평등한 사면과 저항 불가능한 집행력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는 걸 잠시라도 드러내 보일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동기를 밝혔다.

미국 정부가 자신의 치부를 발가벗긴 스노든을 그냥 둘 리가 없다. 즉각 정부 문서 절도죄로 사법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스노든이 망명을 신청한 각국 정부에는 망명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의 힘은 역시 세다. 스노든이 망명을 신청한 나라들이 하나둘 망명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스노든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 스노든은 러시아 등 21개국에 망명을 신청했지만 아직 어느 나라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망명 조건으로 미국의 명예를 훼손시키지 않을 것을 제시해 사실상 망명 거부 의사를 밝혔다.

스노든은 지난달 23일 홍콩을 떠나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의 통과 여객 구역에 머물고 있다. 망명을 받아들일 나라가 없으면 공항 체류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노든은 "오바마 대통령이 각국 지도자들에게 나의 망명 요청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세계적인 지도자의 이런 기만 행위는 정의가 아니다"며 직접 오바마를 겨냥한 성명을 내놨다.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젊은이가 자칫하면 국제 미아가 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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