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애하는 인간/ 스티븐 아스마 지음/ 노상미 옮김/ 생각연구소 펴냄
'편애'라는 단어에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사랑을 가르친 예수도 유난히 아끼는 제자가 있었고, 사심 없는 자비심을 강조한 부처에게도 오른팔이 있었다. 저자는 마음속으로는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불쾌하게 생각하는 편애에 대해 철학자의 깊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친다.
'공정(fairness)'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대개 스스로 공정의 의미를 잘 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누가 그 말을 쓰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보수주의자가 말하는 공정은 '능력에 따른 보상'을 의미하고, 자유주의자는 그 말을 '공평(equality)'으로 받아들인다. 어떤 사람은 승자가 갖는 게 공정한 거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모두가 평등하게 나눠 갖는 것이 공정한 거라고 한다. 공정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합의와 개인의 이해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 것이다. 저자는 이로 인해 모든 길이 '공정'으로 통하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어 '편애'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편애할 수밖에 없는 동물이라고 주장한다. 포유류는 진화를 거듭하며 혈족이나 친족 간에 강한 유대가 형성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공감, 다시 말해 친족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복잡한 사회적 감정과 편애 행동(위험에서 구해주고, 털을 다듬어주고, 위로하고 협력하는 것 같은)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유대의 비밀은 뇌에 있다. 뇌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은 애착을 형성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호르몬이다. 그는 "인간에게는 편애 본능이 있다"고 주장하며 모든 편파성을 근절해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믿는 우리의 보편적인 생각을 비판한다. 320쪽, 1만5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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