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차 만남 후 중단, 대구경북 4,400여명 신청
25일 오후 대구 중구 달성동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2층에 마련된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담당자가 문을 열자, 방음 설비가 된 약 20㎡의 방에 50인치 모니터와 화상카메라가 보였다. 모니터 앞에는 작은 원탁과 의자 5개가 놓여 있었고 원탁 위에는 탁상 마이크와 화상상봉장 운영 매뉴얼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 상봉장은 2007년 이후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의 화상상봉장 관리 담당자는 "2009년에 이 업무를 인수인계 받았는데 인수인계 받은 뒤로는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다"며 "전임자에게 물어보니 2007년 7차 화상상봉 이후 열린 적이 없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은 가끔 통신망 점검을 위해 KT 직원이 들를 뿐 늘 굳게 닫혀 있는 상태다.
6·25 전쟁이 정전된 지 지 60년이 되는 올해, 남북 이산가족을 연결해 주던 화상상봉장은 굳게 닫힌 채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2005년 8월 15일에 설치된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은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보다 쉽게 북한의 가족들을 만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화상상봉장은 남북을 전용 광통신망으로 연결한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얼굴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상봉장은 2007년 11월 제7차 화상상봉까지는 운영이 됐으나 이후에는 대부분 직접 만나는 순차상봉만 진행됐다. 그리고 2010년 11월 5일 제17차 이산가족 순차상봉 이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일어나면서 이산가족 상봉 자체가 잠정 중단된 상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통일부는 약 7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화상상봉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이산가족 상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결국 공을 들여 만든 화상상봉장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 것이다. 화상상봉장 관리 담당자는 "시설은 깨끗하게 잘 만들어놓고 활용하지 못하는 걸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화상상봉장은 이번 달 초 북한이 남북 간 대화를 제의해 왔을 때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이산가족들은 남북 간 대화가 잘 풀리면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화상상봉장 관리 담당자는 "14일 남북 간 대화가 무산되기 전만 해도 이산가족들은 상봉 재개를 기대하며 적십자사로 많은 문의를 해왔다"며 "하지만 무산 이후에는 문의 전화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현재 적십자사에 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 중 2010년 7월까지 총 8만3천684명이 생존해 있다. 이 중 대구에는 2천31명, 경북에는 2천400명이 북한에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며 상봉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관계자는 "일부 이산가족들을 대상으로 통일이 되면 전달할 목적으로 영상메시지를 촬영해 CD로 제작했고, 명절 때 위로방문을 하는 등 이산가족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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