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서 세계유교문화엑스포를 열자
고택, 고서, 양반 고장, 불천위, 사당, 예의범절, 종손, 종부, 문집, 선비, 노블레스 오블리주, 도산서원, 하회마을, 탈춤축제, 한국정신문화수도 등의 말들은 안동을 상징하는 이미지다. 이것을 전체적으로 연결하고 종합하면 대략 유교적 이미지로 통합이 된다. 이 말은 많은 이들이 안동을 유교 도시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하다. 필자가 지난 수년간 한 사안에 관해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왜 안동은 '유교엑스포'를 열지 않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난 그들의 의견을 애써 외면했다. 설득력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기존의 축제가 너무 많다는 이유 때문에 그 말 자체가 크게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축제를 통합하거나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상당수 축제가 외부의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성공한 축제로 평가받고 있는 등 굳이 통폐합에 너무 예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문제는 축제의 수가 아니라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10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여성한마당축제와 벚꽃축제는 봄 축제로 연륜을 더해가고 있으며, 낙동강 누치잡이축제와 퇴계연가, 민족의 여인 락을 비롯한 여름에 열리는 뮤지컬 축제도 크게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암산얼음축제 또한 겨울 축제로 명성이 자자하다.
필자가 요즘 유교엑스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기존 축제의 성공이 준 자신감이 한몫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안동의 정체성과 부합하는 상징성 있는 축제가 없는 것에 대한 허전함 때문이다. 필자에게 수차례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다르지가 않다.
안동이 안동화된 유교로 자부심을 갖고 사람을 불러들이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정작 거기에 합당한 유교엑스포가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온갖 축제를 다 하면서 가장 경쟁력과 가능성을 갖춘 유교엑스포를 하지 않는 것은 도리어 어색함만 부추긴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기억하자면 기실, 유교엑스포에 버금가는 행사를 치른 적이 몇 번 있었다. 퇴계 이황 탄신 500주년과 서애 류성룡 서세 600주년, 김방경 탄신 800주년 행사가 그것이다. 이들 행사는 나라가 떠들썩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이런 경험을 살려 유교엑스포를 하게 되면 수많은 유교적 현인의 탄신이나 서세를 엑스포 프로그램으로 선택해도 괜찮은 모양새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매년 경북북부 각 지자체별로 열리고 있는 유교문화축전의 축적된 경험 또한, 유교엑스포를 개최하는 밑거름이 아닐 수 없다.
엑스포라고 해서 별다른 것이 아니지만 이제라도 좀 더 체계적이고 짜임새 있는 유교문화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 흐름을 진작하고 태동해야 할 때다. 안동인의 자부심이 살아 숨 쉬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유교적 제례 형식을 축제로 잘만 승화한다면 틀림없이 세계인은 새로운 문화와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흥분할 것이다.
김근환/안동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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