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재계 이끄는 '대구고의 힘'

입력 2013-06-12 07:11:16

대구고 출신 인사들이 정'재계에서 부상하고 있다. 은행원 출신으로는 국내 최초로 그룹 회장에 오른 이순우 우리은행 금융그룹 회장과 국내 굴지의 유통업체인 홈플러스 사장에 취임한 도성환 씨가 대구고 출신이다. 모두 강력한 경쟁자를 제치고 CEO자리에 오른 실력자로 평가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대구고 구심점으로 자리를 잡을지 주목된다.

▶자생력 있는 대구고

지난달 말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우리은행 행장을 겸직하게 된 이 회장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대구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1977년 상업은행(우리은행의 전신)에 입행한 뒤 우리은행 부행장과 수석 부행장을 거친 뒤 은행장까지 오른 정통 은행원이다. 이번에 회장직에 오르게 되면 우리은행에 신입으로 입행해 지주회사 회장이 되는 첫 번째 사람이 된다.

그의 경쟁력은 화합의 리더십이다. 말단에서 최고 경영자 위치까지 오른 만큼 조직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알 뿐더러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한 내부 인사는 "현직인 이 행장과 전직 행장인 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이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으나 이 행장의 리더십과 추진력을 높이 사 차기 회장으로 낙점됐다"고 귀띔했다.

특히 이 위원장 외에 상당수의 '모피아'(재경부 출신들이 산하기관을 장악하는 것을 마피아에 빗댄 표현) 출신 인사들까지 이번 경쟁에서 탈락된 것을 두고 주변은 그의 경쟁력을 재조명하고 있다.

이 회장은 우리은행 민영화란 화두를 내걸고 "내가 민영화에 걸림돌이 된다면 언제든 회장직을 내놓을 것"이라며 취임 초기부터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도성환 홈플러스 신임 사장도 대구지역 점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순우 회장과 닮았다. 3개 회사로 구성된 홈플러스 그룹 최초의 점장 출신 대표이사이기 때문이다.

대구고'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1981년 삼성물산에 입사, 뉴욕지사'기획팀 등을 거쳐 1995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에서 처음으로 유통에 발을 내디뎠다.

2008년 홈플러스가 인수한 홈플러스테스코(옛 홈에버)의 대표를 맡았는데, 맡은 지 불과 1년 만에 2천억원 적자를 보던 회사를 흑자로 돌려놨다. 2011년 8월부터 최근까지는 홈플러스 대주주인 영국 테스코가 말레이시아에 세운 법인의 대표를 맡았다. 테스코 해외 사업장에서 처음으로 CEO를 한 홈플러스 인사다. 도 사장은 홈플러스가 1999년 설립된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교체된 CEO다. 14년 동안 계속 CEO를 맡은 이승한 회장이 홈플러스 역사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지만 도 사장도 1999년 재무 담당 이사로 홈플러스를 설립했던 주역이다.

▶앞으로도 대구고 인맥 주목

경제계에서의 대구고 출신 인사의 약진으로 지역에선 1980년대 이후 독주하던 경북고 중심의 인맥구도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대구고 출신의 최경환 국회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당선되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집권여당의 수장과 급부상하고 있는 경제 분야 대구고 출신 인맥이 서로 얽히고설켜 지역을 대변하는 새로운 집단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 원내대표가 경제기획원 출신인데다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전력이 있어 앞으로 경제 인사들과의 교류가 부자연스럽지 않아 보이는 상황에서 모교 출신 인사들과의 교류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우리금융그룹 회장 선정 작업에 최 원내대표의 입김이 흘러들어 간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떠돌고 있다. 금융그룹 인사에 정치권이 개입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금융권 정보지를 중심으로 '적어도 우리금융그룹 인사추천위원회에서 눈치는 보지 않았을까'라는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대구고 출신 인사들의 자생력이 강하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이나 도 사장을 보더라도 바닥 생활을 경험한 뒤 최고위직에 올랐다는 점에서 예전 지역 출신 인사들과 다르다는 점이 있다.

최 원내대표의 경우 이번 경선에서 선수 파괴를 이뤄냈고, 정치 입문전 전문 이력 때문에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역의 한 인사는 "단체장부터 국회의원까지 특정 고교출신들이 몰려 있는 곳은 대구밖에 없다. 지역의 다양성을 위해 기존 학맥중심의 패러다임은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도 초선 의원 시절 "지역의 경쟁력 있는 인사들의 발탁에 있어서 지역의 학연 등 연줄 위주의 기준은 절대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