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훈민정음 상주본 유치, 지역 정체성 찾자

입력 2013-06-12 07:34:04

상주는 유서 깊은 역사문화도시다. 그러나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한 수륙의 교통 요충지인 까닭에 지금까지 온전하게 유지되어 온 문화 유적이 적은 것이 현실이다. 상주가 역사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국보 한 점도 소유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희망이 있는 것은 다른 지역보다 차별성 있고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역사문화 자원이 어느 시'군보다 많이 산재돼 있다는 것이다. 신상리 구석기 유적지, 삼한시대 농경문화의 상징인 공검지, 신라의 삼국통일 대업을 이룬 백화산의 금돌성, 조선시대 최초 사설 의료원 존애원, 농민운동의 산실인 동학교당, 한국전쟁 최초 승전지 화령장 등 고대부터 근대까지 이어오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역사의 큰 획을 그은 흔적들이 상주 곳곳에 남아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역사문화 관광을 국가 기반으로 하고 있는 나라들은 선조가 이루어 놓은 역사문화를 바탕으로 국민들을 풍요롭게 하면서 삶의 질을 높여 왔다. 이제는 상주도 이러한 역사문화 자원을 바탕으로 상주 역사문화를 가꾸고 재조명해 상주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됐다고 생각한다.

이때에 2008년 상주에서 1446년 발행한 훈민정음해례본(상주본)이 발견됐다. 앞서 1940년 안동에서 발견돼 현재 서울 간송미술관에 있어 간송본이라 불리는 국보 제70호 훈민정음해례본은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상주본은 간송본에 없는 주석이 명기돼 있어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그러나 상주본이 발견되면서부터 소유권에 관한 분쟁이 있어 왔으며, 지난해에는 조용훈 씨가 소유권을 문화재청에 기증한 후 사망했다.

하지만 상주본의 행방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배익기 씨가 아직 공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관계자뿐만 아니라 상주시민 그리고 국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배 씨는 지난해 9월 7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난 뒤 현재까지 상주시 낙동면 자택에 머물고 있다. 당시 법정에서 무죄를 입증받으면 상주본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무죄 선고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배 씨가 밝힌 표면적인 미공개 이유는 본인의 재판 과정에서 불리한 진술을 한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고소했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 배 씨는 이들 때문에 1년여의 억울한 옥살이를 했기 때문에 이들의 혐의가 입증돼야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하루빨리 상주본을 찾아 상주박물관에 소장하도록 하기 위한 민간 주도의 활동이 시작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역의 문화예술, 종교, 언론, 유림 등 시민사회단체로 확산돼 '훈민정음해례 상주본 상주유치위원회'가 발족됐다. 배 씨를 설득해 국민들에게 상주본을 공개하고 상주박물관에 소장토록 해 경북의 대표 문화유산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배 씨는 석방 후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훈민정음 해례 간송본이 서울에 있으니 상주본은 지역박물관에 소장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상주본 찾기 운동에 대해 대구'경북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성원이 필요하다.

성백영/상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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