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서로 골목 살려 달래요"…완강하게 반대하다 찬성 남산화원둘
"철거 후 재개발 방식의 도심 발전은 자칫하면 대구 원도심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제가 그리는 도심의 모습은 이미 대구가 품고 있는 과거 문화유산들과 현대의 사람들이 어울려 춤출 수 있는 무대입니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민선 4기부터 죽어가는 도심에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들을 꾸준히 하고 있다. 윤 구청장이 잠든 도심을 깨우는 방법은 '재건축'재개발'이 아닌 '재생'이다. 허물어서 새것을 짓는 것이 아닌 도심 속 역사'문화 자산의 묵은 때를 벗겨 내 도심 재생의 기폭제로 활용하는 일이다. 옛것에서 새것을 찾는 '구본신참'(舊本新參)이다.
도심을 재생시킬 자원들은 충분했다. 중구에는 350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약전골목, 대구 근대의 흔적이 남은 진골목과 수백 개의 골목들 그리고 100년 전 철거된 대구읍성의 흔적 등 대구 원도심이 품은 역사'문화 자산들은 무궁무진했다. 소중한 자산들이 제자리를 찾아 빛낼 수 있도록 거리환경을 개선하고 숨겨진 이야기들을 발굴하는 일이 윤 구청장의 몫이었다.
첫 단추는 지난 2007년 시작된 동성로'근대문화골목'봉산문화거리 일대 3대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이었다. 쉽진 않았다. 수십 년 터줏대감처럼 영업해온 노점상들과 지루한 줄다리기를 이어가야 했다. 재개발을 최선책으로 여기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도 골머리를 앓았다. 무엇보다 역사'문화 자산에 대한 주민들의 자부심을 일깨우는 일이 시급했다. 어렵게 첫발을 뗀 사업들이 조금씩 완성된 모습을 드러내고 사람들이 도심으로 몰려들자 도심재생에 대한 주민 공감대는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완강하게 도심재생을 반대했던 주민들이 구청으로 먼저 찾아와 도심재생과 관련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낼 때 가장 기뻤습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만든 도시대학에서 나온 대표 사업 중 하나가 바로 남산화원둘레길입니다."
물꼬를 튼 도심재생 사업은 숨 가쁘게 진행됐다. 동성로를 축으로 서성로'남성로'북성로를 잇는 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사업, 순종황제 어가길 조성사업, 남산화원둘레길 조성사업 등이다. 여기에 감칠맛을 더하기 위한 지역 어르신들의 생애사 열전까지 보탰다. 도심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자 관광의 불모지로 불렸던 대구에 사람들이 다녀갔고 지난해에는 골목투어가 '한국 관광의 별'과 '한국인이 가고 싶은 곳 100선'에 선정되는 쾌거를 누렸다.
윤 구청장은 도심 재생에 마침표는 없다고 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이 끝나면 이를 잘 보존해야 함은 물론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해 볼거리를 생산해야 한다. 대중교통 이용을 편리하게 하고, 잠잘 곳을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 나아가 서문시장, 패션주얼리특구 등으로 연결되는 상권을 형성해 문화가 돈이 되는 '컬처노믹스'(Culturenomics)로 나아가는 것이 윤 구청장이 그리는 도심재생이다.
윤 구청장은 "내년에는 '향교주변 가꾸기 사업'과 함께 거리 전선 지중화 작업으로 보행환경 개선, 서문시장과 패션주얼리특구를 오가는 미니 버스 운영 등의 목표를 세우고 있다"며 "대구 원도심인 중구가 역사'문화의 향기와 사람 냄새가 풀풀 풍기는 도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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