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 위기와 기회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했다. 전쟁을 치르는 동안 미국,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에서 상당수 군 의료인력을 파견했다. 국내 의료진은 이들과 함께 부상병을 치료하고 수술하며 자연스레 선진 의술을 접하게 됐다.
특히 미국이 보내온 병원선 '하렌 리포즈 컨솔리데이션' 호와 덴마크의 병원선 '유틀란디아' 호에서는 우리나라 젊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전문분야별 단기연수도 실시됐다. 이들 병원 선은 당시 한국에선 상상할 수도 없던 초현대식 시설과 완벽한 수술 장비를 갖췄다.
생전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수술을 접하고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했다. 전신마취를 한 상태에서 폐 손상과 피가 고인 가슴 부위에 대한 수술을 했는데, 이런 가슴을 열어 수술하는 개흉술은 당시로선 불가능한 상태였다.
경북대 의과대학 이성행 씨도 유틀란디아호에서 2개월간 흉부외과 수련을 받았다. 이성행은 1961년 경북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로 있으면서 저온법을 이용해 심장을 열어놓고 수술하는 개심술을 한국 최초로 성공시킨 인물이다.
경성제대 의학부 부속 간호부 양성소를 졸업한 뒤 1949년 육군 간호장교(제1기)가 된 조귀례의 회고담이 '한국 근현대 의료문화사'에 실려 있다. 1'4 후퇴 당시 경주에서 있었던 내용을 간추려보면 이렇다. '피난 열차는 대구에 잠시 머물렀다가 경주에서 멈췄다. 그곳에서 병원을 연다는 것이었다. 중심지에 자리 잡은 학교에 병원을 차렸다. 전선이 북쪽으로 이동한 지 오래인데 이 먼 곳에 무슨 환자가 있을까 했다. 그러나 변두리에 분원을 차려야 할 만큼 환자가 밀려들었다.'
환자들 대부분은 손과 발을 잘라내야 할 만큼 심한 동상에 걸려 있었다. 1'4 후퇴로 함경남도 흥남에서 철수한 병력이었다. '분원 하나가 동상 수술 전담으로 지정됐다. 사회에서 오래 외과수술에 호흡을 맞췄던 유명한 의사와 간호사가 동원 명령을 받고 입대했다. 경북대 의대 부속병원 외과 임운홍 과장과 간호사 박필순 소위였다. 박 소위는 외과수술 보조에 천부적이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다. 동상으로 썩어가는 손가락, 발가락을 잘라내는 수술을 보고 있으면 신기에 가깝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의약품과 소모품 등을 차에 싣고 분원에 갈 때마다 수술실에는 잘린 손가락, 발가락이 양동이에 수북했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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