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환 교수의 세상보기] 분열은 잠시이고 통일은 필연이다

입력 2013-06-08 08:56:41

중국 남쪽 샤먼(廈門)에 붙어 있는 진먼다오(金門島)는 타이완(臺灣)과 대륙을 연결하는 길목이다. 타이완과 겨우 하루 거리에 있는 진먼다오가 뚫리면, 타이완 함락은 시간문제이다. 1949년 10월 공산당 정권 수립 직후 중국은 진먼다오를 공격했다. 그 후 1979년 1월 1일 미국과 중국이 국교를 수립할 때까지 진먼다오에서는 중국과 타이완 사이에 포성이 그칠 날이 없었다. 모택동은 포격을 가하기는 했지만 진먼다오를 점령하지 않았다. 진먼다오를 점령하면 타이완에 상륙해야 한다. 그러나 타이완에는 마군이 주둔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과의 전쟁을 불사하지 않는 한 타이완 상륙은 불가능했다. 진먼다오를 점령하면 타이완과 대륙의 거리가 오히려 멀어지고, 타이완과 중국 대륙은 완전히 분리되어 버린다는 것이 모택동의 생각이었다. 장개석도 같았다. 미국이 진먼다오를 포기하라고 권했으나, 그는 모택동과 같은 생각에서 이를 거부했다.

1958년 10월 6일 모택동은 성명을 발표했다. "지금 진먼다오 13만 군민은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다. 나는 10월 6일부터 1주일간 포격을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충분한 공급을 받도록 해라." 그리고 10월 13일 모택동은 "오늘부터 다시 2주간 포격을 중지한다. 진먼 군민들이 식량과 군사 장비 등 충분한 공급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건 절대 속임수가 아니다. 중국 민족의 이익을 위해서이다"(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모택동과 장개석은 포격을 주고받으면서도 하나의 중국이라는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이다.

얼마 전 타이완을 다녀왔다. 지금 타이완 곳곳에는 중국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다. 타이완과 대륙의 왕래가 거의 자유화되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중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해서 중국 관광객이 줄어드는 것을 염려한다고 한다. 중국 관광객을 끌기 위해 가게 앞에 모택동의 동상을 설치해 둔 곳도 있을 정도이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지만, 같은 중국이라는 생각에서라고 한다. 그들은 분열은 잠시이고, 필연적으로 대륙과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한국에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곧잘 이야기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남북 관계를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남북 관계는 뚫릴 만하면 막혀 버리기 일쑤였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는 정상회담도 이루어졌으나, 이명박 정권 들어서는 서로 포격을 주고받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는 전쟁 상황을 방불케 하는 초긴장 상태였다. 마지막 통로로 여겨졌던 개성공단도 폐쇄되었다.

지금 남북한 사이에는 대화를 위한 움직임이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한반도의 긴장이 일거에 해소되고 있다. 남북은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북한의 포괄적 대화 제의→장관급 회담 서울 개최→개성 실무 접촉→판문점 평화의 집 실무 접촉 제의 등을 이어가며 접점 찾기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대화가 성사되면, 장관급 회담으로는 6년 만의 일이다.

이번의 대화 재개에는 많은 요인이 작용했다. 북한의 도발 속에서도 박근혜정부가 계속해서 대화 제의를 한 것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남북대화를 바라는 미국과 중국의 영향도 컸다. 미국은 과거와 달리. 한국의 대북 정책을 중심으로 대한반도 정책을 짜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6월 하순에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있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 변화도 한몫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을 목전에 두고 북한이 대화 제의를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번 회담 재개는 한반도 정세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는 모처럼의 기회를 살려야 한다. 북한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정상화뿐만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적 문제도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 남북한은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다소 비약을 하면, 남한의 관광객이 북한에 넘쳐나게 되면 통일은 필연적으로 오게 된다. 통일은 '소원'이 아니라 현실이어야 한다.

계명대 교수·국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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