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이런 비밀이?…"해태상 밑에 백포도주 묻혀 있어"

입력 2013-06-08 07:20:52

동판으로 만든 돔, 처음엔 붉은색…'T자형' 460m 지하통로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번지. 드넓은 잔디밭에 로마제국 양식의 돔형 지붕이 인상적인 국회의사당의 주소다. 언론을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모습을 드러내지만 정작 이곳의 숨은 비밀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국회의사당 곳곳에 숨은 비밀, 어떤 것이 있을까.

◆해태상이 간직한 '1975년산 와인'

국회의사당 정문을 통과해 들어가다 보면 양쪽에 해태상이 자리 잡고 있다. 준공 당시 해태제과에서 기증한 암수 한 쌍은 정문에, 2008년 추가로 설치한 다른 한 쌍은 후문에 있다. 역사 소설가로 의사당 건립 당시 예술원 회장을 지냈던 월탄 박종화 선생은 "악귀를 물리치고 화기(火氣)를 막는 해태상을 만들어서 국회의사당에 화재가 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국회에 건의했고 이 소식을 들은 해태제과 측에서 1쌍의 해태상을 기증하게 됐다.

광화문에도 해태상이 있지만 국회의사당 해태상과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우선 암수 구분이 없는 광화문 해태상과 달리 국회의사당 해태상은 암수가 구분돼 있다. 의사당 정문에서 바라볼 때 왼쪽이 수컷, 오른쪽이 암컷이며 가까이 가보면 확인할 수 있다. 또 앉아 있는 광화문 해태상과 달리 국회의사당 해태상은 목을 쭉 뽑고 일어서 있다.

해태상에 숨겨진 또 다른 진실은 그 안에 백포도주가 들어 있다는 것. 이것 역시 준공 당시 해태제과에서 기증한 것이다. 2012년 7월 자 국회보는 해태주조㈜는 당시 생산하던 노블와인이라는 상표의 백포도주를 해태상 아래 각각 36병씩 72병을 묻었다고 전한다. 100년 뒤인 2075년 국가에 경사스러운 일이 생기면 이 포도주를 꺼내 건배주로 쓸 예정이라고 한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있던 2004년 당시 국회가 함께 이전하면 이 포도주를 꺼내야 하는지 망설였다는 후문도 있다. 이 때문에 100년 묵은 와인이 숙성되기도 전에 꺼내 마실 뻔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태권브이가 숨어 있는 곳?

'국회의사당이 로보트 태권브이의 기지다' '전쟁이 나면 돔 지붕이 열리면서 태권브이가 출격한다' 등은 국회의사당을 둘러싸고 전설처럼 전해지는 우스갯소리다. 국회의사당이 1975년 준공됐고, 영화 '로보트 태권브이'가 1976년 개봉했으니 그럴싸한 얘기로 들린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도 '국회의사당 밑에 태권브이가 사는지' '국회의사당 뚜껑이 열리면 태권브이가 나온다는 게 진짜인지' 등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이 수백 개에 이를 정도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돔 지붕은 국민의 의견들이 찬반토론을 거쳐 하나의 결론으로 모아진다는 의회민주정치의 본질을 상징한다. 하지만 애초 국회의사당 지붕은 평지붕으로 설계됐다가 당시 일부 의원들의 입김으로 돔형으로 바뀌었다는 자료가 전해지기도 한다.

돔형 지붕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은 또 있다. 처음 만들었을 때와 다른 색을 띠고 있다는 것. 지붕이 동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처음엔 붉은색을 띠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판이 녹슬어 현재와 같은 회녹색이 됐다. 부식이 빠른 속도로 진행됐기 때문에 현재는 원형을 기억하는 이가 드물다.

◆지하벙커가 있다? 없다?

본청, 의원회관, 국회도서관을 낀 잔디밭 아래에 지하벙커가 있다는 설도 있다. 일부 사실이지만 전부 맞는 말은 아니다. 실제 의사당 부지 지하에 통로가 있기 때문. 의사당 본청에서 정문 방향을 바라보면 오른쪽에는 의원회관이, 왼쪽에는 도서관이 있다. 이들 세 건물을 연결하는 통로가 지하에 있어서 '지하벙커설'이 나온 것으로 추측된다.

이 지하통로는 1984년 국회도서관을 신축할 때 설치됐다. 길이가 460m에 이르며 'T자형'이다. 비상시 대피장소로 만들어졌지만 실제 이용되는 상황은 다르다. 이곳 지하통로는 비가 세차게 오는 날, 덥거나 추운 날 등 악천후를 피하기에 제격이다. 곤란한 질문을 던지는 기자의 눈을 피해 의원들이 급히 이동하는 통로로도 쓰인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의 말이다.

통로에는 의사당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의원들이 걷는 길을 따라 '레드카 펫'이 깔려 있다. 벽면에는 정의화 전 국회부의장이 기증한 사진과 의원들의 서예작품들이 걸려 있어 전시회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아쉬운 점은 국회의사당 다른 곳과 달리 이곳 지하통로만큼은 일반인에게 개방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의원과 국회 직원을 비롯해 상시 출입이 가능한 사람들만 드나들 수 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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