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근무' 공익요원

입력 2013-06-04 09:23:44

여대생 살해범 계기 복무 행태 도마에

대구 여대생 피살 사건의 피의자 조명훈(24) 씨가 대구도시철도공사에서 복무하던 공익근무요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조 씨가 어떻게 강력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는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공익근무요원이었던 조 씨가 범죄 행각을 이어가면서도 이렇다 할 제재가 없었던 탓이다. 조 씨가 근무했던 대구도시철도공사와 대구지방병무청도 이와 관련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성폭력 전과를 아무도 몰랐나=조 씨는 지난해 8월 27일부터 대구도시철도 1호선 방촌역에서 승강장 안전계도요원으로 공익근무를 해왔다. 하지만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조 씨의 과거 범죄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조 씨는 2011년 4월 울산 중구에서 미성년자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80시간,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명령 3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개인 정보 등을 이유로 군 복무 자원을 배치하는 대구지방병무청이 알려주지 않은 탓이라는 것이다.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369명의 공익근무요원 중 전과자는 14명. 모두 단순 폭력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조 씨처럼 성폭력 관련 전과가 있더라도 본인이 실토하지 않는 이상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게 대구도시철도공사 측 입장이다.

대구지방병무청도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대구지방병무청은 전과자가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는 경우 기초자치단체나 도시철도와 같은 유관기관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1년 6개월 이상 교도소에서 복역한 경우 면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 씨의 경우 교육시설이나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지 못하고 대구도시철도공사로 간 것으로 보인다는 게 대구지방병무청의 설명이다.

대구지방병무청 관계자는 "전과가 있는 공익근무요원의 자세한 범죄 사실은 사회복무과에서만 알고 있다. 개인 정보 등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라며 "이 때문에 전과가 있는 이들을 배치할 때 지자체에 몰릴 수 있다. 제어하는 직원 수도 많고 공익근무요원 단독으로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 씨, 어떻게 근무했기에=조 씨는 이곳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한 뒤 개인적으로 대구시내 모처에서 주차관리원으로 일하면서 생활비를 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공익근무요원들은 겸직허가를 받아 퇴근 후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조 씨는 겸직허가 신청을 하지 않은 채 일을 해왔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측은 "현재 369명의 공익근무요원 중 30명 정도가 겸직허가를 받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조 씨는 신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조 씨는 또 여대생의 시신을 유기한 이튿날인 지난달 27일에는 감기 몸살을 이유로 병가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병가는 전화 한 통으로 끝났다.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조 씨는 28일에는 출근했지만 29일과 30일 또다시 감기 몸살을 이유로 병가를 냈다. 31일에는 2시간 늦게 출근했고 이달 1일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여대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이후에도 술집을 드나들며 유흥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전화로 병가를 받아주는 것은 안 되지만 아플 때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또 공익근무요원들의 허술한 근무 양태에 대해 딱히 강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도 문제"라고 했다. 공익근무요원들은 전체 복무 기간 중 30일까지는 병가를 낼 수 있다. 30일까지는 복무 기간에 포함하지 않는다. 다만 30일을 넘어설 경우 복무 기간이 연장된다. 조 씨의 경우 지금까지 병가로 54일을 썼다. 조 씨는 내년 7월이 제대 예정일이지만 그동안 병가 일수로 24일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적으로 복무했더라도 8월 제대였던 셈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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