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자식 교육

입력 2013-06-03 11:09:27

조선시대 때 양반가 선비들의 자식 교육은 유별났다. 요즘의 여느 열혈 학부모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여러 편지글에서 드러나는 그들의 자식 교육은 학문 증진이 최고 목적이다. 퇴계 이황은 어떤 곳에서든지 책 읽기를 멈추지 말고 항상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산 윤선도는 몸을 치장하는 나쁜 것을 모두 버리라며 아들의 검소하지 못함을 경계하고, 노비 다루는 법까지 알린다.

드러난 것으로 보면 서애 류성룡은 가장 극성 아버지다. 외지에 나가 있어도 늘 자식의 학문을 독려해 제대로 진척이 없으면 신랄하게 꾸짖었다. 한 편지에서 서애는 다른 이가 학문 진보를 칭찬했지만 '아직 젖비린내 난다'며 자식을 꾸짖었다. 또 다른 편지에서는 깊이 사색하지 않으니 의문이 안 생기고, 궁금하지 않으니 질문도 못 하는 것이라며 '책을 제대로 읽어라'고 했다.

다소 오해할 만한 내용도 있다. 퇴계는 명망 높은 학자에게 자식을 소개한 것으로 유명하고, 다산 정약용은 한양의 10리 바깥에서 살지 말라고 당부했다. 요즘 식으로 자칫 잘못 해석하면 어릴 때부터 유명 스승을 초빙해 교육했다거나, 여건이 좋은 서울에서 공부할 것을 이야기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말의 중심은 입신양명이나 출세를 위해서가 아니라 학문의 완성이었다. 퇴계는 좋은 스승이 많아야 학문 증진이 빠르다고 봤고, 다산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지면 궁벽해 성인이나 현인이 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들을 영훈국제중에 부정 입학시킨 의혹을 받고 있다. 성적 조작 논란도 있다. 사태가 불거지자 이 부회장은 사과하고, 아들은 자퇴시켜 중국 상하이로 유학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돈이 양반'인 요즘 사회에서 재벌가는 예전의 양반이나 사대부보다 더 엄격한 감시망 안에 있다. '돈'을 정당하게 사용하지 않고, '권력'으로 사용할까 봐 감시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자식에 대한 애정이나 교육열로 치부하기엔 터무니없다. 양반가에서 글자를 병풍으로 만들어 평생 지킬 사람의 도리로 삼았던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를 생각하면 '신양반가'로서 최소한의 예의와 염치도 없는 짓이다. 부정 입학이 들통나 도피 유학을 떠나야 하는 중학교 1학년 철부지 자식에게 이 부회장이 무슨 말을 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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