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홀 파72] 국내 골프장의 빛과 그림자

입력 2013-06-03 07:24:47

국내 경기의 침체, 골프장수 급증, 그리고 골프회원 입회금 반환 사태 등으로 국내 골프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회원제 골프장들은 회원들의 입장료가 거의 면제되는 회원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적자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 수익구조를 갖고 탄생하였다. 그 결과로 회원들에게 받아야할 입장료를 골프 붐이라는 사회현상과 편승하여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비회원들에게 떠넘기는 행태로 수입구조를 만들어 왔다. 골프장 경영 부실화를 분석해 보고 그 빛과 그림자를 살펴본다.

먼저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국내 골프 붐의 거품이 진정되기 시작한 2010년경부터 회원제 골프장의 영업이익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제주권을 제외한 회원제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3.4%로, 2011년의 6.9%에 절반, 2009년 19.2%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한 수치이다. 이처럼 회원제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주된 원인은 경기불황의 여파로 지갑이 얇아진 골퍼들이 회원제 골프장보다는 퍼블릭 골프장이나 회원제라고 해도 각종 할인제도가 잘 갖춰진 골프장을 주로 이용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말기준으로 20만원 가까운 비회원들의 골프장 출입 비용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 회원제 골프장의 경영수지를 악화(회원제골프장 당기순익률은 2010년 1.1%, 2011년 -3.7%, 2012년 -9.2%)시킨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회원제 골프장들은 중과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골프장 입장료가 퍼블릭 골프장보다 1인당 약 4만6천원 정도 비싸게 책정이 되어 이 덕택에 퍼블릭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2000년 이후 30%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회원 입장료가 무료인 회원제 골프장이 과반을 넘어서는 것도 경영수지 악화의 큰 문제이다. 즉 회원제 골프장 회원 10명 중 6명이 공짜 골프를 치며, 비회원이 골프장의 경영수지를 채워주는 기능을 하는 셈이다. 결국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들의 돈으로 건설하고 비회원의 그린피로 운영한다' 라는 말이 실감나는 지금 국내 골프장의 현실이다.

두 번째로, 퍼블릭 골프장의 지속적인 증가로 회원제 골프장의 수익성 둔화현상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골프장의 회원권 값 폭락과 골프장 공급과잉으로 인하여 개별소비세(특별소비세) 적용이 아닌 일반세율을 적용받는 퍼블릭 골프장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 퍼블릭 골프장의 비중을 보면 2001년 16%에서 2011년 32%로 약 2배로 증가하였으며 2016년에는 49%로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회원제 골프장은 2001년 82%에서 2011년 64%, 그리고 2016년을 넘어서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퍼블릭 골프장의 비중이 특별히 높아지는 것은 회원제 골프장의 회원권 가격 폭락에 따른 입회금 반환 사태, 중과세율 부담 및 수익성 악화, 신규 회원권 분양 난, 운영적자폭 확대 등으로 자금력이 있는 회원제 골프장들이 퍼블릭 골프장으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골퍼들이 국내경기 침체, 가처분소득 정체 등으로 개별소비세 가중이 있는 회원제보다는 일반세율이 적용되는 퍼블릭 골프장을 선호하는 것도 회원제 골프장의 퍼블릭 골프장 전환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그늘이 있으면 빛과 양지도 있는 법이다. 이와 같은 골프장 환경변화에 따른 골프장 경영난이 결국 국내 골프 대중화의 길을 더욱 앞당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이제 국내에서도 퍼블릭 골프장 수가 많아진다는 것은 비회원 골퍼들이 값싸게 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며, 이들 퍼블릭 골프장간의 영업이익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골프장 그린피도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퍼블릭 골프장은 회원제 골프장의 회원과 같이 고정적으로 확보된 고객이 없기 때문에 연간회원제 도입이나 각종 동호회 유치 및 지원 등 외부영업을 통한 고객유치를 위한 대책을 세우기가 쉬운 반면,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고객유치 대책을 만들기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조만간 미국이나 일본처럼 국내 골프장에서도 라운딩 시 캐디동반 의무나 카트탑승 의무도 골퍼들의 선택사항으로 변화할 것이다. 단위당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관리방법으로 마일리지제도, 조조할인, 패키지 상품 등 주로 항공업계나 호텔업계에서 보편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일드 메니지먼트(Yield management) 활용방안도 골프장에 적용될 것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를 염두에 둔 골프장의 캐주얼화로 골퍼들의 플레이 형태는 어떻게 변할 것이지? 클럽하우스 영업매출은 어떻게 늘릴 것인지? 코스관리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 등등 이제는 골프장 내장객 감소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새로운 경영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냐에 따라 각 골프장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다.

최종필 경상북도체육회 이사

미국 뉴멕시코 대학교 스포츠경영학 박사

한국골프학회 사무총장(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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