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들의 영훈국제중 부정 입학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이 부회장은 언론에 배포한 사과문을 통해 "제 아들의 학교 문제로 물의를 빚어 죄송합니다"면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제 불찰이 큽니다. 거듭 죄송합니다"라고 밝혔다. 이를 듣는 국민의 입맛은 쓰디쓰다. 그가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이지만 아들의 중학교 입학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행태는 삼류였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갈 데까지 간 도덕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부회장의 아들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분류돼 영훈국제중에 입학했다. 부모의 이혼이라는 아픔이 있지만 이것만으로 재벌 2세의 아들이 사회적으로 배려받아야 하는지는 참으로 의문이다. 이 부회장 아들 말고도 사회적으로 배려받아야 할 아이들은 차고도 넘친다. 여기서 국민은 사회적 배려까지 넘보는 끝없는 탐욕을 보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의 아들은 주관적 채점 영역에서 만점을 받아 성적 조작 의혹까지 받고 있다.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입시 부정이다. 이는 법률 위반 행위일 뿐만 아니라 사회를 존속 가능케 하는 기회의 평등을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사회 전체에 대한 범죄다. 주관적 채점을 빙자한 자의적 채점이 되기 쉽다. 근거 없는 의심일 수도 있지만 학교에 음으로 양으로 득이 될 수 있는 재벌 2세의 아들이라면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을 것이라는 게 보통 사람들의 시각이다. 과연 이 부회장은 교과 성적이 낮은 아들이 주관적 채점 영역에서 만점을 받은 것이 공정했다고 생각했을까.
이 부회장만 그런 것이 아니다. 조세 회피처에 유령 회사를 세운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민나 도로보데쓰'(모두가 도둑놈)라는 한때의 유행어가 입에서 저절로 튀어나올 만하다. 조세 회피처에 유령 회사를 세우는 것은 불법은 아니다. 해외 자산 취득 등 사업상 필요해서 한시적으로 그렇게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일부다. 얼마 전 프랑스 올랑드 정권의 '캐비어 좌파'들이 그렇게 한 것처럼 주목적은 탈세다. 조세 회피처에 유령 회사를 세운 국내 인사들은 저마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있지만 보통 사람의 귀에는, 설사 사실이라 해도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사회 1%와 99% 사이에 팬 불신의 골은 깊어만 간다. 이런 상태로는 우리 사회에 희망은 없다. 더 늦기 전에 되돌려야 한다. 이는 기득권층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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