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다석/류영모 번역'박영호 풀이/교양인 펴냄
'류영모'함석헌의 씨알 사상과 노자(老子)의 도덕경'.
사람 안에 영원하고 불멸한 심적 생명이 있다고 보고, 사회적 규정이나 신분과 관계없이 사람 그 자체가 역사와 사회의 바탕이라고 보는 '씨알 사상' 체계를 확립한 다석 류영모(함석헌의 스승)가 노자의 도덕경을 재해석했다. 5천여 자, 81장으로 이루어진 '도덕경'은 수많은 번역본이 존재하지만, 다석의 번역본은 우리말로 풀어쓴 선구적인 업적으로 꼽힌다.
노장(老莊)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던 20세기 전반기에 이미 깊이 있는 강해로 이름을 떨쳤던 다석의 번역을 바탕으로 제자인 박영호가 풀이를 덧붙여 이 책이 나오게 됐다.
다석이 주목한 노자의 사상은 동서고금의 수많은 대가들이 세상의 이치를 얻고, 철학적 사유를 확장하는 데 활용했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문학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상가로 노자를 꼽았으며, 헤겔은 노자의 사상을 그리스 철학을 능가하는 인류 철학의 원천이라고 극찬했다.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노자를 독일어로 옮기는 작업을 시도했으며, 노자의 도(道)를 '모든 것에 길을 내주는 길'이라고 평가했다.
다석은 노자를 순우리말로 '늙은이'라고 옮겼다. 이 책은 길잡이 말을 통해 노자를 소개한다. '노자는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한 끝에 탐욕의 수성(獸性)을 버리고 속알 즉, 덕(德)으로 살아야 함을 알았다. 일체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존재는 하나님뿐이다. 하나님의 눈을 의식하는 사람의 마음은 곧을 수밖에 없다. 곧은 마음으로 인생길을 걸어가는 삶이 덕이다.'
다석은 도덕경을 접하고서야 비로소 무(無'없음)를 알았다고 했다. 실제 다석은 평생 예수를 스승으로 섬겼으나 성경을 절대시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석가'노자'장자'공자'맹자'소크라테스 등 인류 역사에 등장한 모든 성인들을 두루 좋아했다.
단순하고 소박한 금욕의 삶을 살고자 했던 다석 류영모는 50세 무렵부터 하루 한 끼만 먹고, 하루를 일생으로 여기며 살았다. 항상 무릎을 꿇고 앉았으며, 얇은 잣나무판 위에서 생활하고 잠도 그 위에서 잤다. 새벽 3시면 일어나 명상을 한 후 일기를 썼다. 그 일기를 모은 '다석일지'는 그의 유일한 저술로 남았다.
다석은 자신의 삶에서 노자의 가르침을 실천하려 했다.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실천한 것. '내 속에 존재하는 진리의 빛을 깨달아 올바르게 살려는 마음, 그것이 도덕이다!' 620쪽, 2만5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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