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 노령견의 항문 주위 질환

입력 2013-05-30 14:07:28

반려견은 사랑하고 좋은 음식만 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어린 반려견은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을 해주어야 한다. 중성화 수술도 반드시 필요하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 나이가 들면 질환이 발생한다.

11세 된 아키다 혼합종 수컷이 내원했다. 체중이 42㎏이나 돼 진찰하는데 힘들었다. 보호자는 3, 4개월 전부터 대변을 보는데 많이 힘들어했으며 일주일 전부터는 항문 옆에 주먹만 한 혹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활동성이나 식욕은 정상이라고 했다. 보호자는 덩치 큰 반려견을 방안에서 키웠으며, 아키다가 가끔 산에 가서 동물을 사냥한다며 자랑했다. 간단한 신체검사와 문진을 해보니 아직 중성화 수술이 되어 있지 않았다.

항문 주변에 검은 색소가 많이 침착되고 부종이 심한 것으로 보아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호르몬 때문에 생식기와 항문 주위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였다. 혈액검사와 방사선 및 초음파 검사를 하기로 하고 보호자에게 왜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보호자는 집에서 같이 생활을 하다가 보니 교미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 중성화 수술에 대한 필요성을 몰랐다고 했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으면 수컷의 경우 유기견이 될 확률이 높다, 발정난 암컷을 따라갔다가 영역표시를 하지 않아 회귀를 못하고 집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고환에 종양이 생기거나, 전립선 비대로 인해 혈뇨를 보거나 지속적인 전립선 자극에 의한 전립선 종양이나 전립선 인대의 단락으로 전립선의 후방탈출로 회음부 탈장을 유발할 수 있다. 아키다도 그런 경우였다. 전립선 비대로 인해 직장을 밀어붙이면서 지속적인 배변자세를 취하다 보니 항문 주변 인대가 늘어나면서 탈장이 된 경우였다.

보호자에게 중성화 수술과 탈장 교정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보호자는 겨우 11세인데 꼭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하느냐며 의아해했다. 중성화 수술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하고 수술을 했다.

또 다른 13세 수컷 혼합견종 메리의 경우다. 항문 주변에 혹이 생겨 내원했다. 항문 주변을 관찰하기 위해 꼬리를 만지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항문에 혹이 생긴 지는 1개월 정도 되었다고 했다. 메리도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노령견이었다.

보호자에게 방사선 촬영과 혈액검사,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종양은 관찰되지 않았고, 노령견이어서 그런지 신장 기능이 좋지 않았다. 보호자에게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으면 이처럼 일이 커진다.

최동학(대구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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