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정년' 임금피크제 줄다리기

입력 2013-05-30 11:18:47

노사협의로 도입토록 해 사업장마다 뜨거운 감자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중심으로 정년 60세 의무화가 법제화되면서 구미, 포항 등 지역 공단지역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등 정년 연장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달 말 정년 연장법률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는 노사협의를 통해 해결하도록 해놓아 노사간 갈등이 심화될 소지가 높다.

재계에서는 임금피크제가 능률과 비용의 편차를 줄이는 등 경영부담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보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임금 삭감 없이 정년이 60세로 보장되는데다 임금피크제가 강제성이 없는 만큼 '임금 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구미

구미 국가산업단지 내 삼성, LG, 코오롱 등 대기업 계열사들은 정년 연장 시행 때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노사간 갈등이 예견되는 임금피크제 적용방식 등을 올 임단협 과정에 서둘러 부각시킬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정년 연장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고, 임금피크제 적용방법 등에 궁금증이 많은 만큼 올해 안에는 노사간에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LG계열사 상당수는 현재 임금피크제 2년을 적용해 정년을 58세로 규정하고 있어 향후 임금피크제 적용방식이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년이 55세인 삼성계열사들은 정년 연장 시 직원들의 혜택이 어느 기업보다 큰 만큼 노사 모두 상당히 조심스러운 분위기이다.

이들 기업은 정년 연장 혜택을 받지 못하고 2015년에 정년을 맞는 1958~1960년생 직원들의 배려 방법에 대해서도 고심 중이다.

구미산단 내 대기업 한 간부는 "정년 연장과 관련해 임금피크제 적용방법이 노사간 뜨거운 감자로 부각돼 서둘러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모두들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정년 연장혜택을 불과 한두 달 차이로 받지 못하는 직원들의 배려방안 등을 노사화합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

포스코와 계열사,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포항지역 대기업들은 정년 연장과 관련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지만, 공단 내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임금조정 및 신규채용 부담 등으로 고민에 빠졌다.

포스코는 지난 2011년과 2012년 기존 만 56세였던 퇴직연령을 만 58세로 연장한 뒤 건강 등 일신상의 이유가 없다면 누구나 퇴직 후 2년간 재고용을 가능하게 했다. 사실상 정년이 만 60세까지 보장된 셈이다. 포스코강판, 포스코엠텍, 포스코ICT 등 포스코패밀리사도 포스코의 임금피크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단 현장기술직이 많은 포스코건설만 업무특성상 이 제도 도입을 보류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노사합의로 정년을 만 60세로 정해놓았기 때문에 이번 법제화에 따른 인사관리 변화는 없다고 보고 있다. 동국제강은 현재 정년을 만 57세로 정해놓고 있지만, 정년 연장이 시행되면 적극 따른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대기업은 정년연장에 대해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입장이지만, 중소기업은 임금 하락 등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2017년부터 정년연장을 적용받는 300인 미만 사업체가 대다수인 포항철강공단 기업들은 청년 일자리 감소, 임금 하락 등을 걱정하고 있다.

포항철강공단 내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모(45) 씨는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면 기존에 받던 월급의 60~80%밖에 받지 못한다. 대기업의 경우 월급이 많아 생활이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어렵다. 쥐꼬리 월급을 더 잘라내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나"라고 항변했다.

노무법인 제니스 포항사무소 김흥년 공인노무사는 "대기업은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어 큰 파장이 없지만 중소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직원들의 경우 정년이 늘더라도 월급이 줄어 불만이고, 업주는 직원들 급여를 깎는데 한계가 있고 청년 채용이 어렵다는 점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포항'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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