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영권 위기 몰린 '캐프' 창업주 고병헌 씨

입력 2013-05-30 10:37:02

"방만 경영? 기업사냥꾼에 뒤통수 맞아"

"억울하고, 또 억울할 뿐입니다. 기업사냥꾼한테 그대로 당한 겁니다."

세계 3위의 자동차 와이퍼 업체로 지역의 대표적인 중견기업인 (주)캐프가 최근 서울 사모펀드회사 IMM 프라이빗에쿼티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캐프의 진로를 두고 대구경북민들의 우려가 크다.

캐프 창업주 고병헌 회장은 29일 방만경영으로 대주주가 바뀌었다는 일각의 소문에 대해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회사의 매출이 줄었을 뿐 자신의 소임을 소홀히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고 회장은 IMM에 대해 '기업사냥꾼'이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그는 "대화가 전혀 안 되고 있다"며 "이들은 자본논리만을 내세우며 기업이 닥친 상황과 환경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키코(KIKO'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사태가 발생하면서 투자를 논의하던 시기의 환율보다 돈을 지급받는 시점의 환율이 크게 뛰어 투자금만으로는 사업자금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고 회장은 "회사 내외부적으로 발생한 리스크를 알리면서 환율이 내려가는 시기까지 상환을 연장하자고 수차례 요청을 했다"며 "하지만 이들은 계약사항의 이행만을 주장해 무리한 상환을 독촉했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IMM이 자동차 부품회사인 캐프를 경영할 능력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가 생산하는 와이퍼는 2차 시장을 통한 판매로 높은 이익을 남기고 있다"며 "그런데 단순히 재무제표 등 회계장부만 보고 투자하는 이들이 과연 임원으로 앉아 얼마나 현장을 뛰면서 회사를 위해서 일하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IMM이 단기간 내에 쥐어짜기 식으로 재무구조만 개선한 뒤 다른 곳에 회사를 팔아치울 게 뻔하다는 것.

고 회장은 "17년간 계속 성장한 회사가 한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을 빌미로 IMM은 우리 경영진을 무능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투자상환만 생각하는 이들이 100년 기업을 이뤄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IMM이 투자를 한 뒤 경영에 간섭한 다른 지역의 중소, 중견기업들 중 부도가 나거나 매출이 반 토막 난 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의 해결 가능성에 대해 고 회장은 해외 투자자를 통해 IMM 측에 투자금과 합당한 이자를 주고 주식을 되찾을 계획이다. 고 회장은 "일본 등에서 투자의사를 밝히는 곳이 나오고 있다"며 "특히 이번에는 사모펀드와 같이 돈만 가진 이들이 아닌 진정한 제조업체로부터 외자 유치나 투자를 받으면 회사 정상화뿐 아니라 성장 기회도 얻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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