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력형사가 학교로 출근한다

입력 2013-05-28 08:35:42

5월하면 왠지 행복이 넝쿨째 굴러 들어올 것 같은 설레임 가득한 달이기도 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까 아니면 새로운 학생들과의 만남 때문일까 2013년의 5월은 또다른 새로움이다.

나의 경찰 생활 대부분은 조직폭력배, 강도, 절도 등 굴직한 강력사건 만 10여년 동안 접하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강력형사임을 자부하면서 생활해왔다. 조직폭력배 소탕 작전 강'절도사건, 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은 내손으로 해결했다.

강력형사로써 사건수사 본부설치 및 잠복근무등으로 밤낮으로 외근근무로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한 날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그 시간에는 경찰관으로써 소임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뿐이기에 강력형사가 나의 경찰생활의 전부라고 하더라도 그때는 더없이 행복하고 사건해결할때마다 자부심 가득했다.

그런 나에게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4대 사회악(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근절을 위한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바로 학교 폭력 근절이다.

처음엔 '강력형사인 내가 학교폭력을 다룰 수 있을까, 다시 강력계 업무를 맡을까' 라는 생각이 앞섰지만 나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써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해 마냥 등 돌릴 수 만은 없었다. 내 아이를 대하는 마음으로 학생들과 소통하고 공감한다면 강력계에서 만큼이나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가졌다.

이제는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으로 거듭나 아이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범죄예방 교실 등 다양한 활동에서 학생들이 마음의 빗장을 열고 다가오는 모습에 진한 감동마저 느낀다.

최근에는 한 학생이 따돌림으로 죽고 싶다며 조심스럽게 상담을 해오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경찰이기 전에 부모의 마음으로, 아버지의 마음으로 이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마음을 열고 다가서니 어느 순간 친구의 얼굴에서 미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찰관이라는 꿈을 가지게 됐다는 친구의 말에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뿌듯함을 느꼈고 내가 하는 일에 큰 보람을 느꼈다.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보다 학생들로 부터 얻는 행복이 더 큰 자리다. 아이들과 함께 하다보니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강력형사의 이미지가 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나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단 한명도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입거나 괴로워 하는 학생가 없는 학교를 만드는 일이다. 부모, 교사, 경찰이 함께 공감하고 소통해 학교폭력이 근절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나는 오늘도 학교로 출근한다.

구미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위 김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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