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록 가수가 TV 프로그램에 나와 다른 출연자들이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면 '좋게 봤는데'라고 말해 웃음이 빵 터지게 한 적이 있습니다. 살짝 유행하기도 했지요.
최근에 좋게 봤다가 된통 당하는 일이 생겨나면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을 실감한다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뒤늦은 변명이지요.
사실 높은 자리에 혹은 힘 있는 자리에 있으면 사람을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힘과 권력 앞에선 무조건 잘 보이려하고 좋지 않은 점은 되도록 감추려 하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숨기려 해도 어느 순간 뾰족한 송곳처럼 뚫고 나오는 것이 있지요, 단점입니다. 대개 무장해제될 때이거나 상대방에게 더 이상 잘 보여야 할 이유가 사라졌을 때 이것은 온전히 제 모습을 드러내곤 합니다.
술은 무장해제의 주범입니다. 그러나 술 마실 때의 좋지 않은 버릇은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이런 일들은 대부분 남성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어서 술자리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외부에 혹은 상사에게 까발리는 것은 사나이답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공범 의식도 작용합니다.
이런 구조이다 보니 술버릇은 사고를 크게 쳐야만 대외적으로 알려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인지할 때는 이미 늦었지요. 이와 달리 상대방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힘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하느냐를 보는 것입니다.
은퇴자들은 압니다. 높은 자리에 있을 때는 간이라도 빼줄 듯하고 죽는시늉까지 하던 사람들이 막상 자리에서 물러나면 어떻게 대접하는지를 말입니다. 그 사람의 밑바닥까지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문제는 그 사람의 단점을 알 때는 너무 늦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평판 조회라며 주관보다는 평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평판은 소문과는 달리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인상이 동반되고, 여기에 평가나 판단이 더해져 전해집니다. 한 사람이 아닌 다수의 사람이 관여하면서 평판은 일정 부분 신빙성을 얻게 되지요. 평판을 듣고 인재를 발탁하는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입니다.
은퇴를 하고 나면 사람이 온전히 보입니다. 그래서 옛날 현명한 이들은 벼슬도 욕심도 모두 버리고 시골서 홀로 사는 은자에게서 평판을 구했나 봅니다.
김순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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