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악기 배우는 사람들] 아프리카의 소리 '젬베'

입력 2013-05-16 14:04:11

단순한 타법에 깊은 리듬…스트레스 해소에 딱

이달 8일 오후 8시 30분, 대구 중구 대봉동 대봉치안센터 옆 건물 지하 대구드럼타악연구소. "둠…두두…둠두…." 심장박동과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의 정체는 아프리카 타악기 젬베. 연주자들은 저마다 젬베를 끼고 앉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아프리카의 전통 리듬을 연주하고 있다. 손이 북에 닿는 듯 마는 듯 춤을 추며 내는 소리는 둥둥 울리며 깊고 넓은 리듬을 빠르게 쏟아냈다.

이보람(30) 강사는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젬베의 특징이라고 했다. "초보자의 경우 6개월 정도면 리듬을 웬만큼 소화할 수 있다"며 "1년 정도 꾸준히 연습하면 다른 사람과 합주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이 강사는 젬베를 배울 때 중요한 것은 리듬이라고 했다. 리듬감이 뛰어난 사람은 한 달 정도만 배워도 흥겹게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젬베는 음역이 넓은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음악뿐 아니라 재즈, 블루스 등 다양한 음악과도 잘 어울린다. 젬베는 솔로로 연주해도 웅장하고 힘있는 소리로 흥을 돋우지만 서로 다른 크기의 북인 '두눈바''상반''켄케니'를 함께 연주하면 제대로 된 소리가 난다. 이 강사는 "젬베는 악보를 눈으로 보고 연주하는 게 아니라 리듬을 귀로 듣고 하는 연주라 혼자서 연습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했다는 이동제(12) 군은 "젬베를 두드릴 때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고 나면 개운하다. 피아노, 기타, 우쿨렐레 등 여러 악기를 해봤지만 젬베가 가장 재미있고 내 취향에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구원옥(35'여'회사원) 씨는 "주위에서 밴드를 만들자고 하기에 선택한 것이 젬베다. 배워 보니 쉽다. 신나게 두드리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가신다"고 했다. 강현구(23) 씨 역시 "음표를 몰라도 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했다. 그는 "젬베는 다른 악기에 비해 타법이 단순하면서도 심장을 울리는 느낌이 강하다"며 "모든 것을 잊어버리게 해 주는 힘도 갖고 있다"고 했다.

이광희(34'회사원) 씨는 "재작년 인도 여행길에 젬베를 처음 접했는데, 필(feel)이 꽂혔다. 귀국하자마자 악기부터 덜렁 샀다. 3개월 해보니 재미있다. 두드릴 때 다른 상념도 떠오르지 않는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배우기도 쉬워 내게 딱 맞는 악기인 것 같다"고 했다.

수업 참가자들은 젬베를 연주하는 기분을 자유'해방감'기쁨으로 표현했다."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악기라는 느낌이 들어요."

◆젬베란

젬베는 13세기 말리 제국(지금의 기니와 말리 사이에 있는 니제르 강 근처에 성립된 왕국)에서 유래한 아프리카 악기다. 단단한 나무 속을 파내어 공명을 만들고 여기에 염소나 소가죽을 씌워 끈으로 꼬아 고정하면 완성된다. 북처럼 가죽을 맨손으로 두드려 소리를 낸다. 이 지역 말로 젬베의 '젬'(Djem)은 '모이다'를 뜻하고 '베'(be)는 '누구든지 모두'를 의미한다. 말뜻 그대로 젬베는 누구든지 함께 모여 연주할 수 있는 공동체의 악기다. 그런 점에서 젬베는 리듬이나 정서 면에서 우리나라의 장구나 북과 비슷하다.

젬베는 세 가지 소리가 난다. 가죽의 중앙을 치면 낮은 소리인 '베이스', 손가락 전체로 가장자리를 치면 기본 소리인 '톤'이 난다. 손바닥 안쪽까지 이용해 젬베 가장자리를 칠 때 나는 좀 더 얇은 소리는 '슬랩'이다. 스틱을 사용하는 타악기와 달리 손바닥으로 쳐서 다양한 소리를 낸다. 깊은 베이스부터 아주 높은 슬랩까지 세트 드럼처럼 여러 가지 소리를 낼 수 있다. 문의: 네이버 카페 cafe.naver.com /percussion1, 010-2805-3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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