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뺨치는 대출사기 문자

입력 2013-05-15 11:51:45

올해 6,603건, 전화의 4.7배…금융기관 사칭 메시지 발송

최근 대출 사기로 의심되는 문자 메시지가 빈발하게 발송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대출 사기로 의심되는 문자 메시지가 빈발하게 발송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권 대출이 어려운 김모(33) 씨는 최근 '○○저축은행 1천만원까지 연이율 9.8%로 대출 가능'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연락을 했다가 사기를 당했다.

먼저 수수료를 입금하라는 요구에 20만원을 송금했다. 이어 신용등급 상향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140만원을 추가 입금했다. 하지만 그 뒤부터는 연락이 되지 않았고 대출도 이뤄지지 않았다.

본의 아니게 대출 사기에 연루돼 곤욕을 치른 경우도 있다. 최근 급하게 목돈이 필요해 대출 문자 메시지를 보고 상담을 신청한 박모(37) 씨는 2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통장 사본과 신분증 등을 복사해서 보냈다. 그런데 다음날 박 씨의 통장은 사고 계좌로 등록됐다. 대출 사기범이 또 다른 범죄에 박 씨의 통장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 씨는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했다.

직장인 이성우(40) 씨는 대출 사기로 의심되는 문자 메시지를 거의 매일 받고 있다. 이달 초에는 ○○캐피탈, △△캐피탈, □□금융 등 금융기관을 사칭한 메시지를 하루에 몇 통씩 받았다. 실제 사칭이 아닌 경우도 있지만 항의하면 '우리도 스팸성 문자의 피해자'라고 발뺌하기 때문에 기분만 상한다.

문자 메시지 내용도 교묘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 대출 가능'이라는 단순한 문구로 문자 메시지가 발송되었지만 요즘에는 '고객님 앞으로 연 7%, 1천200만원 승인 났습니다. 빠른 연락 바랍니다' '얼마 전에 부결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특별 한도가 나와서 연락드렸습니다' 등 대출을 유도하는 메시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대출 사기는 무작위로 ARS 전화 및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뒤 연락이 오면 보증료, 신용등급 상향 수수료, 저금리 대출 알선 공탁금, 이자 선납 등의 명목으로 돈을 요구해 가로채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대출 사기는 1만8천383건(월 평균 1천531건)으로 피해액은 657억원에 달했다. 특히 올 들어 대출 사기는 더욱 늘어 4월까지 6천603건(월평균 1천650건)이 발생했다. 피해액도 29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4월까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가 1천402건(피해액 134억원)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4.7배 많은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접수한 대출 사기 관련 피해 건수도 2010년 793건에서 2011년 2천357건, 지난해 2만3천653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휴대전화 등으로 오는 대출 광고는 대출 사기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출이 이루어지기 전 수수료 등을 요구하면 대출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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