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접수 사례 해마다 급증
초교 신참 여교사인 A씨는 지난 3월 학부모의 다그침에 식은땀을 흘렸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사소한 잘못을 한 아이를 야단쳤는데 방과 후 찾아온 아이 아버지는 고함을 지르며 A교사를 몰아세웠다.
그는 "제 나이가 어리다고 그러신 건지 반말을 섞어가면서 '아이가 잘못해도 다그치지 마라'고 화를 내 겁이 났다"며 "아이의 잘못도 지적 못 하게 하면 어떻게 교육을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교권 추락으로 정상적인 수업 진행이 어렵고, 학생 생활지도도 버겁다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사들이 학생'학부모로부터 폭행, 폭언, 욕설, 성희롱, 수업 방해 등 교권을 침해받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학생과 학부모의 교권 침해 사례가 2009년에는 151건이었으나 2011년에는 326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2012년 1~6월에 발생한 사례만 304건으로 전년도 전체 건수와 맞먹었다.
대구 달서구 한 중학교 B교사는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지 말라고 할 때 '왜 내 물건을 내 마음대로 못 쓰게 하느냐'고 눈을 부라리며 대드는 아이들을 보면 기가 막힌다"며 "꾸중을 들으면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가버리는 아이들은 부모도 감당하기 버거워하는데 교사가 보듬어 안는다는 게 말처럼 쉽겠느냐"고 반문했다.
북구 한 초교 C교사는 "학부모 교육을 한다고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왜 자꾸 문자를 보내 귀찮게 하느냐고 짜증 내는 학부모는 그나마 양반"이라며 "아이 잘못을 추궁했다는 이유로 학교에 찾아와 교사의 멱살을 잡고 흔들거나 무조건 '교장 나오라'고 소리치는 걸 볼 때면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교권이 추락하면서 우리나라 교사 10명 중 4명은 '교육=고통'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행복교육누리'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과 함께 전국 교사와 학부모, 학생 2천86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3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사의 38.6%가 "우리나라 교육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답했다. 행복하다는 답변은 25.4%에 그쳤다. 특히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으로 교사들은 생활지도의 어려움(35.5%)을 꼽았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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