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배기구보다 두배나 양 많아
이달 9일 오후 3시쯤 대구 서구 비산동 한 염색공장. 작업장 안은 염색 기계의 시끄러운 소리와 매캐하게 코를 찌르는 화학약품 냄새로 가득했다. 10여 분이 지나자 눈이 따갑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열처리 공정이 이뤄지는 사업장 안은 한여름이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목덜미에 땀이 고였다. 고온으로 인해 공장 내 입구와 몇몇 창문은 개방돼 있었고, 염색 공정 중에 발생한 매캐한 공기는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화학물질이 사업장 내 정화시설을 거치지 않고 나가는 배출 경로는 다양하다. 온도 변화와 액체 출입으로 탱크 안의 압력이 변화해 대기로 배출되거나, 배관이송 도중 밸브와 펌프, 압력안전장치 등을 통해 공기 중으로 나온다. 또 혼합'화학반응'코팅'열처리'표백'조립 및 포장 등의 생산 공정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발생해 대기로 흩어진다.
구'군의 대기오염 지도'점검 담당자들은 "점검 대상에 포함되는 오염원 이외에 노상에서 이뤄지는 도색작업이나 생산 공정과 파이프, 환기구 등을 통해 공기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화학물질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유해 화학물질의 상당수가 정화 없이 배출돼 비산오염원에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산오염원 무방비 배출
환경부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전국 3천159개 화학물질 배출업체에서 노후된 배관과 밸브, 노천 작업장, 창틈이나 환기구 등을 통해 새어나간 유해 화학물질이 3만3천183t에 달했다.
환경부의 화학물질 집계는 3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배출량은 더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11년 배출량은 대구 191곳, 경북 322곳이 대상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전체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은 대구 1천710곳, 경북 4천48곳에 달했다. 대구는 11.2%, 경북은 8.0%의 사업장에 대해서만 조사한 수치인 것이다.
이와 함께 환경부의 집계는 사업장에 투입되는 원료의 양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공정 중에 연소하면서 추가로 발생하는 오염물질(톨루엔, 벤젠)의 공기 중 함량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이를 포함하면 비산오염원 형태의 화학물질 배출량은 더 늘어난다.
유해 화학물질들은 사업장 내 흡입구를 통해 한곳에 모인 뒤 다양한 정화처리 방법을 통해 대기로 배출되는 것이 정상이다. 천을 통과해 거르거나 전기, 활성탄, 물 등의 촉매제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오염도를 떨어뜨린다.
문제는 이런 점오염원이 아닌 비산오염원으로 배출되는 화학물질에 대해선 지도'점검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행정 당국의 지도 및 점검은 배출시설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점검은 취급량에 따라 1종에서 5종으로 구분해 ▷무허가 배출시설 유무 ▷방지시설 정상가동 ▷자가 측정 및 환경관리인 근무사항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올해 적발된 사례를 보면 배출시설과 관련된 위반이 대부분이다. H(대구 달서구 호림동) 업체는 3월 배출시설 설치를 신고하지 않아 고발됐고, J(달서구 월암동) 업체와 S(달서구 월암동) 업체는 각각 같은 달 배출시설을 변경한 것을 신고하지 않아 경고조치 됐다. 이에 앞서 D(서구 중리동) 업체는 2월 오염방지를 위한 배출시설을 방치해 경고를 당했다.
◆법 신설 등 대책 마련 분주
환경부는 지난해 5월 대기환경보전법상에 '비산배출의 저감'을 위한 조항(제38조의 2)을 신설해 이달 24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신설된 법률에는 굴뚝 등 법이 정하는 배출구 없이 대기 중에 직접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시설관리기준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배출시설의 정기 점검과 비산 배출 조사 등에 관한 세부 시행규칙을 마련하고 있다.
또 저감협약 사업장(전국 200곳)을 중심으로 비산오염원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내용을 보면 ▷공정개선을 위한 밀폐 이송라인 사용과 밀폐형 자동화 공정 설치 권장 ▷저장시설 재고 모니터링 장비 설치와 전산시스템을 통한 재고 관리 ▷저독성 물질 개발과 대체 물질 사용량 증가를 통한 원료 개선 ▷배출시설 누출 여부의 주기적 점검 ▷비산배출원 관리시스템(LDAR'Leak Detection And Repair)의 도입 등이 있다.
특히 LDAR은 사업장에 존재하는 수천~수십만 개에 이르는 비산오염원에 대한 관리활동을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측정기기를 통해 누출 및 보수대상 시설을 관리하고 배출량을 자동으로 산정한다. 미국은 1990년 공기청정법(CAA'Clean Air Act)을 개정하면서 지역'업종별로 비산오염원 관리를 법제화해 LDAR을 의무화했다.
대구시는 대기오염 저감 정책의 하나로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녹스'NOx)을 줄일 수 있는 저녹스버너를 보급하고 있고, 또 굴뚝 원격 감시체계 구축을 위해 굴뚝자동측정기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이는 모두 점오염원 중심의 정책이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정부는 굴뚝이 아닌 공정'설비 등에서 배출되는 유해 화학물질을 줄이기 위해 시설관리기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펌프와 밸브, 파이프 등 시설의 관리 주기와 방법 등을 포함한 점검기준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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