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노인에 바가지 스마트폰, 홀몸 어르신에 IPTV 판매도
디지털기기 및 서비스 정보에 취약한 50대 이상 중장년층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악덕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고가 스마트폰의 가격 바가지, 소액결제 부당요금 청구 등 이동통신 관련 피해가 많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소비자고발센터 등에 접수된 소비자 피해 조사를 분석한 결과 '50세 이상 부모세대 대상 정보통신 및 IT 관련 악덕 상술'에 대한 민원은 2010년 58건, 2011년 86건, 2012년 272건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장년'고령층 소비자들이 젊은 세대에 비해 피해 구제에 소극적인데다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피해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노인에 고가 휴대폰 판다
50대 이모 씨는 치매 증상을 보이는 아버지를 위해 비상용으로 휴대폰을 장만해 드렸다. 혼자 외출에 나섰다 단말기 전원이 꺼지자 이 씨의 아버지는 가까운 대리점에 들어가 휴대폰이 고장 났다며 기기 교환을 요구했고, 판매점 직원은 '무료'라며 24개월 약정으로 최신 스마트폰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뒤늦게 사실을 안 이 씨가 환불을 요청했지만 '본인이 직접 서명을 했다'며 단순 변심을 빌미로 거절했다.
할아버지 댁을 찾은 대학생 안모 씨는 케이블TV용 셋톱박스가 TV와 연결조차 되어 있지 않고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케이블방송업체 영업사원이 방문해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거론하며 "셋톱박스 없인 TV를 볼 수 없다"고 권하자 장애1급인 할아버지가 나라에서 해주는 것이라 믿고 계약서를 작성했고, 이용 요금을 바가지 쓰게 된 것. 안 씨는 "고령의 노인들을 상대로 사기영업을 하고는 계약해지를 요구하자 설치기사가 퇴사했다고 속임수 가입에 대한 모든 책임을 미뤘다"고 말했다.
70대 윤모 씨의 경우 '할인'을 믿고 IPTV와 인터넷이 결합된 통신 상품을 계약했다. 문제는 윤 씨의 집에는 컴퓨터조차 없다는 점. 뒤늦게 손자가 이 사실을 알고 계약 상품을 알아봤더니 3년 약정에 매달 3만원가량의 요금이 부과되는 속임수 계약이었고, 업체는 '충분히 상품을 설명했지만 고객이 연세가 많아 기억을 못 하는 것'이라며 계약 해지를 거부했다.
이렇듯 디지털 정보에 취약한 중장년 및 노년층을 악의적으로 노리는 사기가 극성을 부리는 만큼 소비자들은 '공짜' '할인' 등의 감언이설에 현혹되지 말고, 상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이해한 뒤 계약을 체결해야만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정보가 취약한 부모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피해를 줄이려면 사례 중심으로 악덕 상술 수법과 예방법, 구제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고객 접점인 대리점과 판매점 등의 편법영업에 대한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구제가 어려운 50대 이상
2012년 피해구제 신청 건수를 살펴보면 이동통신이 207건(76.1%)으로 가장 많았으며, 케이블TV'인터넷TV(IP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30건(11.0%), 초고속인터넷 16건(5.8%), 유선전화 5건(1.8%) 등의 순이었다.
피해가 가장 컸던 이동통신은 '단말기 공짜' 등을 미끼로 단말기 값을 바가지 씌운 사례가 94건(45.4%)으로 가장 많았고, 소액결제 등 부당요금 청구 62건(29.9%), 명의도용에 의한 피해 27건(13%)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존 단말기의 할부금이나 위약금을 지원해주겠다고 속여 터무니없는 약정과 가격을 매겨 고가의 스마트폰을 파는 상술이 크게 늘었다.
또 디지털제품에 대한 정보가 둔감하다는 점을 악용해 구형 제품을 최신 제품이라고 속여 파는가 하면, 휴대전화 작동법이나 요금 문의 등 단순한 상담을 위해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찾은 소비자들을 상대로 스마트폰을 강매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앞두고 일부 케이블업체들의 디지털 전환 허위 영업이 극성을 부렸던 탓에 유선방송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일부 업체들은 디지털 케이블로 전환하지 않으면 앞으로 TV를 볼 수 없다고 압박해 디지털 방송 수신기기를 강매하거나 디지털 상품으로 바꿔도 추가 요금을 받지 않는다고 꾀어 요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문제는 50대 이상의 피해자들은 미성년자와 달리 구제도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법으로는 미성년자가 아닌 이상 가입자가 매장에서 직접 서비스에 가입한 경우 단순 변심으로 인한 해지가 불가능하다. 또 이동통신사 측으로 도움의 손길을 뻗어도 '영업점과 고객 간의 문제'라고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비자들은 계약서나 녹취 내용이 없고 중요한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계약 철회를 요구하지만, 업체 측은 중요한 내용을 설명했지만 가입자가 기억을 못 하거나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고 일축한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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