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사전 등록만 해도, 미아 쉽게 찾을수 있는데…

입력 2013-05-08 10:25:04

대구 실종 아동 현재 13명, 장기화땐 찾을 가능성 희박…경찰 "지문등

실종 30년째를 맞은 김형철 군
실종 30년째를 맞은 김형철 군

박숙자(59'여'대구 달서구 상인동) 씨는 공장 기계 소리만 들으면 심장이 벌렁거리고 숨이 가빠진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30년 전 아들이 사라진 뒤부터다. 1984년 5월 29일 오후 6시쯤 대구 달서구 진천동에서 직조 공장을 운영하던 박 씨가 잠시 공장 일을 돌보러 나간 사이 아들 김형철(당시 3세) 군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날 이후 박 씨의 단란했던 가정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박 씨 부부는 공장 문을 닫았고 아들을 찾는 데만 매달렸다. 경찰 수사력도 동원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전단지를 뿌리고 전국의 고아원을 모두 찾아다녔다. 그러는 사이 남편마저 세상을 떠났고 집안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박 씨와 어른이 된 큰아들만 남았다. 이제 박 씨가 아들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밖에 아무것도 없다. 박 씨는 "공장 기계 소리만 들으면 돈과 아들을 맞바꾸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밀려와 가슴이 저민다"며 "차라리 아들이 눈앞에서 죽었다면 눈이라도 편히 감을 텐데, 지금이라도 돌아올 것만 같아 포기가 안 된다"고 했다.

박 씨와 같은 실종 아동 부모들에게 가정의 달 5월은 잔인하게만 느껴진다. 어린이날 부모 손을 잡고 봄나들이에 나서는 아이들과 가슴 한쪽에 카네이션을 단 학부모를 볼 때면 이들은 자식을 잃었다는 죄책감에 눈물을 삼키곤 한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대구지역 실종 아동 중 여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동은 13명이다. 이들 모두 수년간 행방이 묘연한 장기 실종 아동이다. 대구지역 장기 실종 아동은 적게는 8년에서 많게는 30년이 넘도록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실종 신고가 접수된 뒤 48시간이 지나면 단기 실종 아동은 장기 실종 아동으로 분류된다. 단기에서 장기로 넘어가는 순간 아이를 찾을 확률은 급격히 낮아진다. 단서를 찾기도 어렵거니와 부모와 실종 아동의 유전자를 확보해두었다가 가족을 발견하는 행운이 이뤄지길 기다리는 것 외에는 마땅히 손쓸 방법이 없다.

아동을 잃어버린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찾을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진다. 가족이 가진 사진 자료에서 지금의 모습을 떠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연령대별 사진을 만들 수 있는 얼굴 변형 프로그램이 없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대구지역에서 지난 2010년부터 올 들어 지금까지 대구경찰청에 접수된 실종 신고 1천395건 중 실종된 지 20년이 지난 5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하루 이틀 안에 가족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 실종을 예방하기 위해 경찰이 지문 등을 등록하는 아동 사전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이 제도를 활용해 혹시 자녀를 잃어버렸을 경우 신속하게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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