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운동장'… 아이들 꿈도 좁아질라

입력 2013-05-07 10:57:03

대구시내 초·중·고 56% 100m 직선·200m 곡선트랙 못 긋는다?

운동회가 열린 대구시내 한 초등학교. 운동장이 좁아 줄다리기하는 학생들이 천막 안까지 들어오자 한 교사가 사고방지를 위해 뒤에서 막고 서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운동회가 열린 대구시내 한 초등학교. 운동장이 좁아 줄다리기하는 학생들이 천막 안까지 들어오자 한 교사가 사고방지를 위해 뒤에서 막고 서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1. 이달 3일 운동회가 열린 대구 수성구 신매동 욱수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줄다리기를 하기 위해 줄을 잡고 섰다. 줄을 잡고선 학생들은 운동장을 넘어서 학생들이 앉아있는 곳까지 줄을 서야 했다. 학부모 줄다리기는 대각선으로 서서 운동장을 이용해야 했다. 학부모들의 자리 잡기 쟁탈전도 있었다. 한 학부모는 "주변 공간이 좁다 보니 앉을 자리를 잡으려고 새벽에 나와서 돗자리를 깔았다"며 "웬만한 좋은 자리는 새벽에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 대구 수성구 신매동 시지고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체육대회를 대구자연과학고 운동장을 빌려서 할 예정이다. 운동장 축구 골대와 골대 사이의 거리는 50m로, 일반 축구장의 절반에 불과하다.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는 한 학생이 골대 근처에서 공을 차면 공이 맞은편 골대를 넘어 방음벽에 맞는 일이 잦다. 김모(17) 군은 "공이 담장 밖 도로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면서 "운동장이 너무 좁아서 공을 힘껏 차지 못한다"고 했다.

◆체육 활동 제대로 못 하는 형편=대구시내 초중고 운동장이 너무 좁아 학생들이 체육 활동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구 초'중'고 427곳 중 100m 직선 트랙을 만들 수 없거나 200m 타원형 트랙을 만들 수 없는 학교는 전체의 55.5%인 237곳이다. 실내체육시설 바닥면적과 운동장을 포함한 체육장 면적이 기준면적에 못 미치는 학교도 10곳이다.

운동장이 좁은 학교는 여러 반이 체육수업을 할 때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부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대구 달서구 도원동 도원중학교 운동장은 5천950㎡로 기준 면적보다 1천750㎡(530평) 더 넓지만, 운동장 대각선 길이가 70m로 100m를 넘지 못한다.

북구 동천동 동평초교 학생들은 좁은 운동장 때문에 바로 옆 공원에서 체육수업을 한다. 이 학교 윤태규 교장은 "공원에서 체육 수업이나 활동을 할 때 다치면 책임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에 수업을 진행할 때 항상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 달서구 상인동 상인고 체육부장 박상곤 교사는 "운동장 대각선 길이가 겨우 50m를 넘지만 50m 달리기 이후 관성 때문에 생기는 속도를 줄일 공간이 없어 자칫 나무나 정자 기둥에 부딪히는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면서 "활동반경이 적기 때문에 단체 경기 수업을 할 때마다 사고가 날까 봐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 운동장에서 마음껏 공을 차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도 없다. 수성구 수성동 동일초교는 점심시간 때 학생들이 축구'야구 등 구기운동을 하지 못하게 한다. 운동장이 1천920㎡로 1천300명의 학생이 운동장을 쓰기에는 너무 좁아서 내린 고육지책이다. 1인당 운동장 면적이 1.48㎡에 불과하다. 이 학교 정남권 교장은 "점심시간만 되면 학생들이 운동장에 가득 차서 구기 운동은 생각도 할 수 없고 대부분 제기차기나 줄넘기 등 작은 공간을 이용하는 운동만 한다"고 했다.

◆운동장 면적 늘려야=학부모들은 학교를 더 만들어 1인당 운동장 면적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학부모 김건숙(42'여'대구 수성구 사월동) 씨는 "최근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사월초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많이 늘어 아들이 운동장이 좁다고 말한다"며 "적어도 100m 트랙을 갖춘 학교가 하나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교 운동장이 좁아지는 것은 도시계획을 할 때 학교 부지를 똑같은 크기로 계획하기 때문이다. 고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 규정에 나온 기준은 최소 면적이기 때문에 대구시와 시교육청이 학교 부지를 확보할 때 100m 직선 트랙 또는 200m 타원 트랙이 포함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한다면 학교 운동장을 넓게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학교 부지를 더 넓게 하고 싶어도 건설 시행사가 반발해 결국 규정보다 20~30% 더 확보하는 선에서 협의한다"고 밝혔다. 대구시 교육청 관계자는 "도시계획안에 학교 신설 계획이 있으면 정부에서 허가해 주는 부지 면적은 1만2천~1만4천㎡ 정도"라면서 "이 안에 교실건물과 급식소, 실내체육시설, 운동장 등을 다 넣어야 하기 때문에 운동장 면적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고 학령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를 더 늘리는 것은 예산 낭비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