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 '퍽치기'가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행인의 머리를 둔기로 때려서 정신을 잃게 하고 돈을 빼앗아 가는, 정말로 허무하고도 몰상식한 행위였다. 술 마시고 비틀거리는 행인이 주 대상이었으나 새벽기도를 가는 착실한 기독교 신자도 당했다. 머리뼈가 수박처럼 깨져 사망하는 환자도 보았고, 선생님이 반신불수가 되어 삶이 망가지고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도 보았다. 가해자는 모를 것이다. 퍽치기를 당한 사람들의 그 후 삶이 어떻게 되고 가정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차라리 의사 일을 잠시 접고 퍽치기를 예방하는 일에 종사하고 싶은 생각도 했었다.
싸이의 '젠틀맨'이 요즘 화제다. 경쾌한 음악과 장난기가 가득한 비디오 장면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어린 학창시절, 짓궂게 장난치며 괴롭히던 친구가 생각나고, 삶이란 그저 웃고 즐기면 되는 것이라는 메시지도 온다. 그런데 비디오 장면 중 앉으려고 하는 사람의 의자를 뒤에서 빼는 행위가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혹시나 따라하다가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일은 없을까 하고.
실제로 그런 장난으로 꼬리뼈를 심하게 다쳐 고생한 환자도 보았다. 친했던 젊은 남녀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남자가 여자가 앉으려고 하는 순간 뒤에서 의자를 뺐다. 여자는 엉덩방아를 찧었고 남자와 주위 사람들은 한순간 웃고 즐겼다. 그렇지만, 결과는 심각했다. 여자는 척추의 꼬리뼈가 골절되었고 통증 때문에 직장 일을 계속할 수가 없어 퇴사했다. 결국, 법원에 소송까지 가는 불상사가 뒤따랐고 친한 두 사람 간의 관계도 악화되었다. 얼마나 허무한가. 가벼운 장난 하나가 두 사람을 평생 고생하게 만들었으니.
노상에서 퍽치기하는 행위, 뒤에서 의자를 빼는 일 등은 장난처럼 하는 행동들이다. 작은 얻음과 재미가 있기 때문에 따라하고 싶은 전염력도 가진다. 싸이는 분명히 기발한 창의력과 춤과 노래로 개인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렇지만, 만에 하나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행위를 따라 함으로써 한 사람이라도 불행한 사람이 생기면 그건 안 되는 일이다. 1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뮤직비디오를 보았다면 그중 일부라도 그 행위를 따라 할 수도 있고 장난의 대상이 된 일부는 꼬리뼈를 다칠 수도 있다.
'당신은 하늘이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느라고 어떻게 사느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다. 그래도 말이다. 그러한 행위로 불행을 당한 사람들을 본 인간이라면 욕먹더라도 그런 불운한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잔소리를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임만빈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외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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