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풍 명의'의 민속품 사랑 40년…영천 손한방병원 손재림 원장

입력 2013-05-03 11:21:14

경주에 '손재림박물관' 오픈…안중근태극기 등 5천여점 전시

손재림 원장이 개인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자신의 소장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일제강점기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면서 꺼내 들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손재림 원장이 개인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자신의 소장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일제강점기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면서 꺼내 들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안중근 독립의사 소장 태극기'. 손재림박물관 제공

"신라 천년 고도라는 장구한 역사와 불교문화의 메카라는 상징성 때문에 경주에 개인 박물관을 연다는 것이 다소 왜소해 보일 수도 있으나, 잊혀가는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키는 일에 미력하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과 만족을 느낍니다."

중풍치료로 손꼽히는 영천 손한방병원 손재림(75) 원장이 경주시 황오동에 개인박물관인 '손재림박물관'을 최근 개관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손 원장은 천마총 인근 2천300㎡ 터에 지난해부터 박물관을 꾸미기 시작해 지난달 개관했다.

손재림박물관은 경주가 고향인 손 원장이 지난 40여 년간 수집한 다양한 유물 5천여 점을 바탕으로 민속유물전시실과 한의유물전시실, 화폐유물전시실, 성유물전시실 등 4동과 야외유물전시장 등으로 이뤄져 있다.

대표적 유물로는 호조태환권과 국치메달, 안중근 독립의사 태극기, 전국 최대의 직조기(베틀), 재현된 국보 제31호 첨성대 등이 있다.

특히 호조태환권은 1893년 고종이 대한제국 경제근대화를 위해 화폐개혁을 하면서 구 화폐를 회수하기 위해 발행한 일종의 교환표로, 일제의 압박으로 실제로 유통되지는 않았다. 고종은 호조태환권을 찍는 원판을 덕수궁에 보관하고 있었으나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밀반출됐으며, 당시 이 원판으로 찍은 화폐 1점을 이 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이 원판으로 찍은 화폐 3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 저격 직후 꺼내 흔들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안중근 독립의사 소장 태극기'에는 안중근 의사의 어릴 적 이름인 '안응칠'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또 1910년 8월 29일 일제의 강제합병에 기여한 이들에게 수여한 메달로, 이들이 가슴에 달고 다녔다는 '국치메달'도 소장하고 있다.

이 박물관의 성유물전시실에는 세계 각국의 성 관련 수집품과 춘화들이 전시돼 있어 부부나 연인들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야외전시 유물로는 동양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천문대인 국보 제31호 첨성대를 동일 석질과 규모로 재현해 놓아 일반인들이 첨성대 내부에 직접 들어가 천체관측 등 체험을 할 수 있다.

손재림 원장은 "이 박물관은 개인의 박물관이나 자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시민의 것이며, 길이 보존돼야 할 소중한 자산이므로 후손들의 산 교육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 문화유산의 중요성과 조상들의 얼을 알고 영원히 후세에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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