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 우리는 못 쉬어요

입력 2013-05-01 11:04:28

대구지역 유통관련 회사에 근무하는 A씨는 근로자의 날인 1일에도 출근했다. 하지만, 회사는 휴일근로 수당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유급휴일날에 출근하는 것도 억울한데 수당도 평상시와 같이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았지만, 비정규직'인턴 직원들은 유급휴일은 고사하고 여전히 고용 불안과 저임금, 임금 체불 등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경산지역 12개 대학에 근무하는 환경미화원 500여 명은 만성적인 고용 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마다 매년 청소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기존 근무자가 해고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경산 한 대학 경우 올해 바뀐 청소용역 업체가 2월 말 기존 환경미화원 11명을 해고하고 새롭게 채용했다. 미화원들은 101만~115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다. 근무환경도 열악하다. 강의실 계단 밑에 나무 칸막이만을 하고 전선을 연결해 전등을 달아 쉼터로 사용하거나 화장실 청소도구 칸에서 휴식을 취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대구지역 일반노조 이승민 조직부장은 "매년 해고가 되풀이되고 저임금에 시달리지만 정작 대학은 용역업체와 미화원들 당사자들 간의 문제라며 한 발을 빼고 있다"고 했다.

아파트 경비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경비 업무와 상관없는 잡무에도 시달리지만, 근무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관리사무소 측에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아파트 경비원들은 계약직으로 고용된 경우가 많아 계약 갱신을 위해 참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년째 미술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정모(30) 씨의 월급은 45만원에 불과하다. 정 씨는 "학원장들은 대부분 지역 대학의 전공 선배들이기 때문에 혹여 밉보일까 봐 월급과 근무환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한 학원에서 말썽을 일으키면 다른 학원장에게도 눈 밖에 나기 때문에 지역에서 활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교 내 비정규직 근무자들도 설움을 겪고 있다. 2년 전부터 대구의 한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 코디'로 일해 온 박모(33'여) 씨는 올해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위촉장만을 받고 일하고 있다. 학교에서 박 씨의 일을 계약직에서 봉사직 근무형태로 전환했다. 2년이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부담을 덜기 위한 학교의 임시방편 때문이다. 전국교육기관회계직연합회 경북지부 김연주 사무처장은 "대구경북 지역의 학교 가운데는 무기계약 의무를 피하기 위해 행정실 직원 고용을 학교 자체 예산을 들인 '한시적 사업'으로 지정해 한 해 걸러 해고를 반복하기도 한다"며 "관리 책임이 있는 교육청은 학교 예산으로 이뤄지는 자체 고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만 주장한다"고 말했다.

임금 체불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올해 임금 체불 신고 건수와 금액은 3월 말 현재 1천26명에 29억2천700만원이다.

이용희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개선지도 1과장은 "근로자의 날을 맞아 유급휴일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홍보'지도하겠다"며 "임금 체불과 부당 해고 등 노동자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게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