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섬유·車부품 "빗장 풀러 간다! 유라시아 신흥시장"

입력 2013-04-30 10:13:37

한·터키 자유무역협정 1일 정식 발효

다음 달 1일 한'터키 자유무역협정(FTA)이 정식 발효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인구 7천만명의 거대 시장을 선점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밟게 된다. 또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터키 FTA의 기본협정 및 상품무역협정이 5월 1일 자로 발효된다. 2008년 1월 터키가 먼저 우리나라에 FTA 체결을 제안한 지 5년여, 2010년 3월 협상을 시작한지 3년 만이다. 이번 터키와의 FTA는 6'25 참전국으로 오랜 혈맹 관계를 유지해온 한'터키 관계가 마침내 경제동맹으로까지 확대되는 의미를 가진다.

◆중동, 아시아 진출로 확보

한'터키 FTA는 기본협정을 토대로 ▷상품무역협정 ▷서비스무역 및 투자협정 ▷그 밖의 협정으로 구성됐으며 서비스무역 및 투자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은 상품무역협정 발효 후 1년 내 타결키로 합의했다.

FTA가 발효되면 양측은 10년 내에 거의 모든 품목(수입액 기준)의 관세를 철폐한다. 이 중 한국의 관심분야인 터키의 공산품 관세는 7년 안에 전부 없어진다. 석유제품(3.5~4.7%)과 석유화학제품(6.5%)은 즉시 관세가 사라지며 화섬(4%)과 직물(8%)은 5년 안에 없어진다. 또 자동차(10~22%)와 자동차부품(3~4.5%), 컬러TV(14%), 철강(23.4%), 평판압연 제품 등에 붙는 관세도 7년 안에 철폐된다.

한'터키 FTA 발효로 예상되는 수치상 무역증대 효과는 기존 한미 FTA나 한'EU FTA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터키가 가진 시장 잠재력은 단순한 경제적 가치 이상이다. 터키는 7천370만명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갖췄고 그동안 유럽 재정위기에도 연간 9~11%의 견고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신흥 경제대국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터키 FTA 발효로 5년간 약 6억3천만달러 10년간 약 7억4천만달러의 교역 증대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대 터키 교역액은 2006년 32억3천만달러에서 2011년 58억7천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부는 이번 FTA로 인해 단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실질 GDP는 0.0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장기적으로는 0.03%의 추가적인 경제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이동복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터키가 유럽과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인 만큼 이번 FTA로 다른 지역으로 진출이 손쉬워졌다"며 "또 우리나라가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 보다 먼저 FTA를 성사시킨 만큼 선점 효과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대 터키 수출 증가세

대구경북지역은 대 터키 수출액이 점차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FTA가 발효되면 관세 철폐로 인한 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수출액은 2004년 3억6천471만달러에서 2007년 6억7천107만달러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다소 주춤했던 수출액은 2009년부터 다시 회복, 2011년 6억1천359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지역별 주력 수출 품목이 즉각적인 관세 철폐와 관련된 품목이 많다는 점도 우리에겐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별 대 터키 수출액 상위 품목을 살펴보면 대구의 경우 편직물이 23.2%로 가장 컸으며 뒤이어 인조장섬유직물, 공구, 자동차부품, 압연기용접기및주조설비 등 순으로 나타났다. 경북은 철강판이 대터키 수출액의 40%를 차지, 가장 큰 수출 품목이었다. 다음으로 인조섬유장섬유사와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섬유및화학기계 등이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터키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려면 원산지 규정과 절차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정부와 유관기관도 중소기업들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섬유 자동차 혜택

대구경북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혜택을 받을 품목은 섬유와 자동차부품 분야다. 관세 철폐 덕분에 경쟁국에 비해 가격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

자동차부품은 완성차량의 수출 증가로 인한 후광 효과가 예상된다. 중소형차량의 관세율이 떨어지면서 완성차량의 직수출이 확대돼 부품 주문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부품의 경우 7년간 최대 4.5%에 달하는 관세가 없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부품업계의 터키시장 진출이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섬유의 경우 수입관세와 함께 세이프가드규제도 철폐될 것으로 보여 관세혜택 효과가 다른 제품군보다 훨씬 크다.

터키의 섬유류 평균수입관세율은 8.0% 정도. 하지만 터키는 자국 섬유산업 보호를 위해 반덤핑관세율을 적용해왔고 한국의 경우 14.64~38%에 이르는 반덤핑관세율이 부과됐다. 또 터키 정부는 수입되는 전 섬유 제품에 대해 2011년 7월 긴급 수입관세(12~30%)를 발동했다.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는 평균 수입관세와 긴급 수입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원산지 증명도 한미 FTA의 원사기준 원산지(Yarn Forward) 규정과 달리 이중변형기준(Double Transformation)을 적용하기 때문에 제직과 염색가공 공정을 포함한 두 가지 이상 공정을 국내에서 거치게 되면 한국산으로 인정받게 됐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이춘식 원장은 "터키는 우리나라 섬유수출의 9위 국가다. 특히 대구경북지역 섬유류의 대 터키 수출액은 1억 450만달러(2012년)로 우리나라의 터키섬유류 수출에서 45.3%를 차지할 정도다"며 "결국 한'터키 FTA로 인한 섬유류 수출 증가는 지역 섬유의 수출 증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