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산이 숲으로…팔공산 자락의 숨은 '별천지'
대구 동구 중대동 팔공산 파계사 가는 길. 산길을 드라이브하다 보면 오른쪽 산자락에 '대한수목원'이 있다. 도로에서는 수목원 입구 길만 보여 자칫 지나치기 쉽다. 지난달 시민들에게 무료 개방하면서 도로변에 '대한수목원'이란 소박한 표지판을 세워 두었다. 표지판을 따라 산길로 접어들어 구불구불 급경사 길을 올라가다 보면 갑자기 눈앞이 훤해진다. 사람들은 놀란다. "세상에 팔공산 자락에 이런 곳이 숨어 있었다니…."
◆11만여㎡ 면적에 1천700종 수목
주변은 온통 아름다운 나무와 숲, 정자, 꽃밭과 벤치가 아름답게 조성돼 있다. '대한수목원'은 대한섬유 배만현(70) 회장의 개인 수목원이다. 지난달부터 개방하면서 입소문이 급속하게 번져 요즘은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팔공산 풍광을 바라보면 짙은 녹색 숲이 펼쳐져 눈이 싱그럽다. '하늘 아래 낙원'이라 이름 지은 찻집에서 편안하게 차를 마실 수 있다. 식사도 할 수 있어 단체모임도 가능하다.
대한수목원은 11만여㎡ 규모다. 곳곳에 1천700여 가지의 수목과 꽃이 심어져 있다. 그 주변엔 매실나무와 살구나무가 지천이다. 중앙의 잔디밭부터 산책로, 오솔길 등으로 통하는 돌계단이 있다. 배 회장이 총 80만여 개 이상의 돌을 직접 손으로 깔아 사람들이 다니기 편하도록 배려했다. 수목원 위쪽의 분수대에서는 사시사철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다. 연못에서부터 산책로를 따라서 걷다 보면 포석정도 만날 수 있다. 어느 한 곳 소홀함이 없이 아기자기한 풍경이 이어진다. 곳곳마다 주인의 손길과 정성이 느껴진다.
◆23년 동안 산 가꾸고 최근 일반 개방
배 회장은 대구 북구 국우동에서 태어났다. 도남초등학교 6학년 때 소풍을 간 팔공산의 자연풍광이 정말 좋았다고 한다. '어른이 되면 이곳에 집을 짓고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그 꿈을 35년 만에 실현했다. 배 회장은 한창 사업이 번창할 때인 47세에 이곳에 들어왔다. 창창한 기업을 조카에게 맡기고 그는 팔공산에 눌러앉았다. 그리고 23년 동안 칩거(?)하면서 돌과 잡목 투성이였던 척박한 산 기슭을 혼자 힘으로 가꿔 '천국'(?)으로 변신시켰다.
그는 지금도 첫발을 디뎠던 날을 기억한다. "1991년 4월 5일부터 혼자 돌산을 일궈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며 "경사가 너무 심해 중장비를 가져와 산을 깎을 수도 없었다"고 회고한다. 80만 개의 돌을 사람들이 어깨에 짊어지고 옮기고, 지렛대를 이용해서 옮기고, 돌 하나하나를 전부 수평을 다 맞추어서 축대를 만들고, 산책로를 만들고, 나무를 캐내고 옮겨 심는 등 혼신을 다해 지금의 아름다운 수목원을 만들었다. "허허허! 가족들도 주변 사람들도 모두 나보고 '미쳤다'고 했지요. 그래, 그 말이 맞아요. 난 '자연에 미친 사람'이니까…." 그는 '집념의 사나이'다.
배 회장은 요즘도 작업복을 입고 수목원 관리에 매달린다. 1천700여 종류의 꽃과 나무들을 일일이 심고, 물 주고, 가꾸는 일을 새벽부터 밤 늦도록 한다. 나무를 돌보다 쓰러진 적도 여러 번이다. 돌을 옮기고 축대를 쌓으면서 손톱과 지문이 다 닳았다. 주변의 모든 이들이 만류했다. 특히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다.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집념을 꺾지 못했다. 배 회장은 현재의 삶을 사랑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주고 싶었던 자신의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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