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침략마저 부인하다니… 과거사 도발 '아베의 망언'

입력 2013-04-24 11:06:19

"침략,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아베 일본 총리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냄에 따라 한일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아베는 23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침략과 식민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지 않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망언을 했다.

일제의 침략 전쟁을 미화함은 물론 그 정당성까지 부여하는 언사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아베는 전날 의회 답변에서도 "아베 내각이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후 50년(1995년)에는 무라야마 담화, 전후 60년(2005년)에는 고이즈미 담화가 나왔다. 전후 70년(2015년)을 맞이한 단계에서 아시아를 향한 미래지향적인 담화를 발표하겠다"며 망발을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일본 정치인'관료들의 망발도 이어졌다. 마루야마 가즈야 자민당 의원은 무라야마 담화 일부를 언급하며 "역사적인 가치가 없다"고 했고,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도 '식민지 시혜론'을 옹호하는 등 아베 정권에서 고위 인사들의 역사 인식 왜곡이 계속됐다.

아베 및 고위 인사들의 이 같은 발언들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 지지층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초당파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회장 오쓰지 히데히사 자민당 의원)에 속한 여야 의원 168명은 이날 오전 춘계 예대제에 맞춰 야스쿠니 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아베의 이날 발언에 대해 우리 정부는 "아베 내각의 역사 인식이 심히 우려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베 총리가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무라야마 담화 의미를 폄하하고 시모무라 문부과학상이 식민지 시혜론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면서 "근본적으로 아베 내각의 역사 인식을 의심케 하는 발언으로 강한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논의를 해야 할 시기에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시대역행적인 논의만을 이어가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야스쿠니 신사는 전쟁 범죄자들이 합사된 곳이자 전쟁을 미화하는 시설"이라면서 일본 정치권의 집단 참배를 비판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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