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서 공연장으로…대학생들의 짜릿한 첫 무대

입력 2013-04-23 07:11:25

제1회 대학오페라축제 성과와 과제

# 계명·영남대 두 학교 출전

# 각 학교마다 독특한 컬러

# 이론과 실전 사이 벽 실감

# "음악축제 전통 이어지길"

이달 11일부터 18일까지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는 제1회 대학오페라축제(AUOF)가 열렸다. '축제'라는 타이틀 아래 각 학교의 개성을 확연히 드러내 보이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서로의 장단점을 배우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재미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첫 단추를 끼운 이번 축제에는 비록 계명대와 영남대 두 학교만 출전했지만 맞대결을 벌였다는 점에서 지역 음악계의 주목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축제가 끝난 뒤 두 학교의 주역 배우들을 다시 만났다. 이들은 "학교마다 색깔이 달라 흥미진진했다"고 서로의 공연을 평가했다. 먼저 막이 오른 계명대의 '라보엠'을 관람한 영남대 학생들은 "긴장되어서 정말 공연 못 하겠다"며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사랑의 묘약'에서 여주인공 '아디나' 역을 맡았던 박지은(25·영남대 석사·대구시립합창단원) 씨는 "원작에 충실하며 기대 이상으로 멋진 공연을 선보여 영남대 공연을 앞두고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계명대는 세트와 함께 계명아트센터의 자랑인 조명기술을 이용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유럽의 거리와 같은 배경으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대로 영남대의 '사랑의 묘약' 공연은 원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배경은 Y(영남)대로 바꿨고, 주인공들은 음악대와 미술대 학생들로 변신했으며 약장수 둘카마라의 마차는 영남대가 제작한 전기자동차로 대체됐다. 라보엠에서 로돌포 역을 맡은 이선엽(26·계명대 석사·구미시립합창단원) 씨는 "정통 오페라만 해왔던 계명대에서는 생각지 못했던 발상의 전환이었다"고 했다. 특히 약장수인 둘카마라가 '사랑의 묘약'이라며 약을 건네주며 "사실은 참소주야!"라고 딱 한마디 우리말 대사를 한 것은 정말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두 달에 걸친 연습 기간 중 사연도 많았다. 계명대에서는 워낙 강도 높은 연습에 데이트할 짬조차 내지 못한 배우들의 사생활이 침해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연애전선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다. 분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공연을 하루 앞두고 서울의 최고 전문가를 다시 초빙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오케스트라와 합창 등 100명이 넘는 학생들의 간식을 챙기기 위해 교수와 강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았고, MT와 체육대회 등 각종 학교 행사 일정은 당연히 불참이었다.

이번 공연은 석사 과정 중이거나 막 학교를 마치고 이제 사회로 나가는 배우들에게 큰 의미를 선사했다. '라보엠'에서 미미 역을 맡은 김혜영(25·계명대 석사·AND 중창단원) 씨는 "2학년 때 계명아트센터 개관 오페라를 할 때 라보엠 합창단으로 출연을 하면서 '나도 꼭 주역으로 저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꿈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 공연을 하면서 후배들이 '나도 언니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가슴 뿌듯했다"고 감격해 했다.

'사랑의 묘약'에서 네모리노 역을 맡았던 이병룡(27·영남대 석사·김천시립합창단원) 씨는 "연습실에서 잘 나던 소리도, 액팅도 무대에서는 틀릴 수가 있다. 무대와 연습과는 분명 다르다는 것을 실제 경험하고 배워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돼 나에게도, 그리고 후배들에게도 큰 공부가 됐다. 앞으로 이런 무대가 좀 더 많아져 학생들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지은 씨는 "이번 무대가 사실상 학생으로서 마지막 오페라였다. 실수를 하더라도 학생이니까라고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전문 음악인으로 완벽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감으로 다가오더라.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학오페라축제가 좋은 반응 속에서 계속 이어져 대구 지역 음악대학의 전통, 나아가서는 우리나라 오페라계의 전통으로 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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