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생 해마다 줄어
지역 A전문대는 최근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대학 컨설팅을 자청했다. 경영부실대학에나 내려질 법한 대학 컨설팅을 스스로 받겠다고 나선 이유는 한마디로 '살길'을 찾기 위해서다. 컨설팅 팀은 조만간 이 대학의 학과 개편, 정원 조정, 특성화 방안 등 발전 전략을 찾기 위한 전방위 조사에 착수한다. 대학의 면면이 외부인 앞에 발가벗겨지는 셈. 컨설팅 결과에 따라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도 감수해야 한다. A대학 관계자는 "컨설팅을 받는 데 대한 학내 일부 반대 여론도 무릅써야 했다"며 "우리의 병폐를 외부 도움을 받아서라도 찾아내 바로잡아야 10년, 20년 후 학교가 생존할 수 있지 않느냐"고 비장하게 말했다.
대학에 입학할 고교 졸업생 급감에 따른 중대한 위기에 직면한 대학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작년 건동대와 최근 경북외국어대처럼 4년제 대학들이 경영난에 시달리다 스스로 폐교 절차를 밟는 사례가 실제로 이어지면서 특히 지방대학들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관계기사 3면
고교 졸업생 수는 2010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표 참조) 국내 대학들이 64만 명이라는 현재의 총 입학정원을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2015년부터 대학의 총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생 총원보다 많아진다. 고교 졸업생 수는 2019, 2020년 무렵에 45만 명 아래로 곤두박질치게 된다. 여기에 대학 졸업장보다 실속을 우선하는 고졸 취업 장려 분위기를 감안하면 대학 입학 자원은 이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다.
지방대에는 더 큰 격랑이 닥칠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 고3 학생은 현재 6만9천여 명에서 5년 후에는 5만7천여 명(현재 중1)으로 17% 줄어든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앞다퉈 생존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계명대는 2015년부터 경쟁력이 떨어지는 하위학과를 매년 선정, 폐과 전 단계인 '(학생)모집중지'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하위학과는 신입생 충원율, 재학률, 발전 가능성, 자구 노력 등을 평가해 결정한다. 계명대 관계자는 "고교 졸업생이 급감하는 2020년 이전에 현 입학 총정원(약 5천 명)의 10%를 줄이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영남대는 정원 미달 학과는 유사학과와 통합하거나 교양 전환, 최악의 경우 폐과한다는 방침이다. 영남대 한 관계자는 "최소 한 학년에 40명을 유지하지 못하는 학과는 유사학과와 통합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입학자원이 확 줄면 미달학과가 생기고, 신입생의 질(성적)도 유지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대구대 관계자는 "'스타학과'는 정원을 늘리고 어려운 학과는 정원을 줄이며 특성화할 것"이라며 "입학자원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그나마도 수도권 대학으로 편입해 올라가니 걱정"이라고 했다.
소규모 대학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절박하다. 지역 B전문대는 지난해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돼 최근 3개월간 경영 컨설팅을 받고 이행 과제까지 받았다. 이행 과제에 따라 10년 전만 해도 2천 명에 육박했던 이 대학 입학정원은 내년에 1천 명, 2018년 무렵에는 800명까지 줄일 계획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경북외국어대 자진 폐교 사태는 이런 위기의 시작이라고 본다. 처절한 구조조정을 겪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대학의 존립이 불가능한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며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표 - 대학 입학 정원과 고교 졸업생 수 추이(표:사학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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