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가면 뒤에 숨는가/정병훈 지음/씨엘북스 펴냄
세계 어느 지역이든 가면을 사용한다. 가면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인간의 삶의 방식이 변하면 변하는 대로 거기에 맞춰 희생 제의와 토템 의례, 행사, 연극, 영화 등에서 다양한 역할과 모습으로 등장해왔다. 어째서 사람들은 가면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는 것일까. 이 책은 세계 곳곳의 가면을 소개하면서 각 지방의 문화를 보여준다. 최초의 가면은 주술을 통해 적대적인 환경에서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을 보호하고자 하는 불안감의 극복 의지를 담아내는 또 다른 표현 방식이었다. 우리나라 탈춤이 보여주는 해학과 풍자, 그리고 신명은 다른 나라 가면극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베니스 카니발에 등장하는 가면은 화려함을 자랑하면서도 퇴폐와 환락에 잠겼던 18세기 베니스의 모습을 짐작하게 해준다. 아프리카 탈춤에서는 모든 자연물과 사물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 죽은 조상과 살아 있는 자손들을 이어주는 고리로서 성스럽고 제의적 성격을 지닌 가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잉카 제국이 무너진 뒤 식민지의 삶을 이어온 남미 지역 사람들은 가면을 쓰는 축제에서 수백 년 전 스페인과 전투를 치르던 당시 모습을 바로 어제의 일인 것처럼 가면 축제의 한 부분에 담아내기도 한다.
가면에 대한 탐구는 곧 인간과 인간의 역사를 탐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인간의 삶의 방식대로 다양한 역할과 모습으로 등장해온 가면의 역사와 그 의미를 되짚어보는 일은 우리 인간의 역사를 다시금 정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최근 대중문화에 등장하는 가면도 함께 조명한다. 미스터리 영하 '스크림', '스파이더 맨', 국내 코미디 영화 '복면달호'에서 주인공은 왜 가면을 썼는지 살펴본다. 271쪽, 1만8천원.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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